[영화] 정치지도자 모독 대사 삭제후 개봉
기사입력 1997년 04월 26일 15시 16분
영화속의 일부 대사가 국가원수및 정치지도자를 모독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공연윤리위원회의 등급심의보류 판정을 받은 영화 `그는 나에게 지타를 아느냐고 물었다'(구성주감독-한시네텍 제작)가 결국 `대사 삭제 후 개봉'의 수순을 밟게 됐다.
`그는 나에게…'에서 문제가 된 대사는 여주인공 난희(양정지)가 사생아를 키우다 애인(김갑수)에게 들킨 뒤, 어색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얘 아버지는요, 김영삼이라고 해요. 지금 대통령을 하고 있지요"라고 말꼬리를 흐리는 대목.
또 애인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다시 "사실은요, 얘의 진짜 아버지는 김대중씨예요"라고 덧붙인다.
한시네텍은 공륜의 등급심의보류 판정을 받은 직후 대사 속의 당사자인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를 위한 특별시사회를 마련할 예정이었으나 개봉일(5월 10일)이 다되도록 청와대나 국민회의측에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아 `대사삭제후 재심'의 방법을 택하게 된 것.
한시네텍은 대사삭제에 대해 "애초부터 정치적 의도는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으나 영화관계자들은 "가벼운 농담조차 정치적으로 과장되고 왜곡되는 상황이 아쉽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그는 나에게…'의 원작자인 소설가 하일지씨도 "원작소설에도 그대로 나오는 이 대사가 소설출간 당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영화에서는 문제가 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