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TV드라마 촬영장소 물색 헌팅맨 한진수
기사입력 1997년 04월 20일 18시 19분
한진수씨(30)는 헌팅맨이다. 총 쏘는 사냥꾼이 아니다. 그가 사냥하는것은 TV드라마 촬영장소다. 그가 팔도유람에 나선 지도 8년. 전국일주는 헌팅맨 첫 해에 떼었다.영광 김씨 종갓집, 남해 「물건마을」에 이르기까지 휴전선 이남에서 안 가본 곳이 없다. 1년에 10만㎞ 넘게 차를 혹사한다. 그는 TV드라마 촬영장소를 물색해 섭외하고 촬영장 슈팅준비까지를 책임진다. 지금까지 「질투」, 「모델」을 비롯한 1백여편이 그의 「헌팅」 신세를 졌다. 저택, 별장, 요정, 호텔, 신문사, 공원, 달동네까지 드라마속 장소들이 그의 발길을 거쳤다. 『첫 출발은 FD(무대감독)였습니다. 타고난 방랑「끼」때문에 곧바로장소 섭외 프리랜서로 돌았지요.』 드라마 한편분 장소를 찾느라 만나는사람이 1천명선. 건물 경비원부터 재벌그룹 회장까지 천차만별 사람들과접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웬만한 카페 주인들과는 친구처럼 지낸다. 『믿음을 줄 첫 인상이 중요합니다. 방송사 위세도 먹히지 않습니다.장소를 제공하는 대가를 철저히 주고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사용료를 지불하거나 「협찬 장소」가 어딘지 드라마 자막에 명시해줘야 한다. 『「영웅일기」 때엔 모그룹 연구소 중앙통제실을 빌렸다가 사장이 촬영중에들이닥쳐 보안구역이 노출된다며 막았습니다. 결국 화면 일부를 처리해 어딘지 모르게 해야 했지요.』 약속을 못지켜 공장안에 갇힌 적도있다. 심야까지 촬영이 계속되자 경비원들이 화가 나 철문을 잠가놓고 사라져버린 탓이다. 그는 접근하기 어려운 장소를 섭외해내기로 이름나있다. 세종연구소,에버랜드내 회장 한옥도 그의 헌팅을 벗어나지 못했다. 삼성회장 한옥은 「모델」에서 극중 이빈 사장집으로 공개된다. 총장을 1주일동안 쫓아다닌 끝에 교문앞 촬영 허락을 받아내기도 했다. 용산경찰서 뒷골목에서 일제시대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동네를 찾았을 때는미친 사람처럼 웃기도 했다. 멋진 장소들을 꿰고 있는 그지만 정작 3년전 신혼여행은 을 택했다. 『솔직히 헌팅장소중에 즐길 수 있는 곳은 없습니다. 그저 드라마속 좋은 그림일 뿐이지요.』 < 윤정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