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돈 야구보기] 팬서비스 차원 '용병수입'필요
기사입력 1997년 04월 14일 14시 10분
"사람은 8분에 한번씩 거짓말을 한다."
미국 남가주대 정신과 의사들이 작성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사람은 평균적으로 하루에 200여차례의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다.
실험대상자들에게 소형 마이크를 부착해 연구된 이 보고서는 "사람은 일상적으로 작은 거짓말을 상당히 많이 하고 있다"면서 전화가 왔을때 "없다고 하라" 늦게 일어나 지각하고는 "차가 막혀 늦었다" 의도적으로 남의 일에 개입해 놓고는 "간섭하고 싶지 않았는데…" 등이
평상적인 거짓말의 유형이라고 소개했다.
이 보고서는 병원의 안내원, 정치가, 언론인, 변호사, 세일즈맨, 정신과의사 등이 `능숙한 거짓말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 한국프로야구의 정직도는 어느 정도일까.
우선 지난 12일 삼성과 현대의 97프로야구 개막전이 벌어진 인천구장 1루석에 앉은 팬들이 하는 대화내용을 들어보자.
"내년부터 프로야구가 더 신나질거야, 외국선수들이 오면 농구처럼 재미있어질 것 같아."
"너 모르고 있니, 잘못하면 외국인 선수들이 못 올지도 몰라. 반대하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잖아."
두 사람의 대화로 볼때 프로야구는 이미 거짓말을 시작하고 있다.
프로야구에 외국인 선수를 수입하겠다고 발표된 것은 작년 12월이었다.
그룹 총수들로 구성된 구단주 총회에서 결정된 외국인선수 수입은 팀당 3명으로 하고 연봉 상한선을 국내최고연봉（1억2천200만원）으로 하며 실시는 98년부터 한다는 것이 내용의 골자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미 확정된 외국인 선수 수입을 위해 미국의 컨설팅회사와 계약을 맺는 등 내년 야구장에서 외국인 선수들이 뛸수 있도록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외국인 선수 수입 시기상조라는 말이 불거져 나온 것은 지난달 단장들의 골프 모임에서였다.
8개구단의 실무자로 외국인 선수 수입 문제를 논의하는 구단주 총회에 참석하는 구단주들에게 각종 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사료되는 단장들이 내놓은 재검토론은 `현실 안주'내지는 `총체적 후퇴'쪽으로 기울고 있는 느낌이다.
▲전면 드래프트 등 국내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수신제가론'으로 부터 시작해 ▲한국의 구장 시설이 열악해 잘못하면 문제가 생긴다는 `국제 망신론' ▲외국인 선수를 수입하면 국내선수도 외국으로 쉽게 빠져 나가니 하지 말자는 `쇄국정책론'
▲외국인 선수를 수입해도 즉각적인 팬동원 효과가 의심된다는 `우유부단론' ▲안그래도 적자인데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든다는 `고 비용론' ▲국내 경제사정 악화로 외국인 수입이 국민적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시국 기대기론' 등 다분히 보수적이다.
물론 요즘 구단에서 말하고 있는 재검토론중에는 맞는 말도 없지 않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우리나라 야구장에도 국제화시대에 걸맞는 개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것은 이미 외국선수들이 뛰고 있는 프로축구나 프로농구보다 프로야구가 역사도 길뿐만 아니라 외국인 선수들을 감쌀수 있을 만큼 성숙하기 때문이다.
또 지난 16년 동안 엇비슷한 `상차림'을 가지고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려온 프로야구는 팬서비스 차원에서도 개방을 해야 하는 것이다.
봄에 달래나 냉이같은 산뜻한 음식을 먹고 싶듯 야구팬들에도 색다른 메뉴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현실에 안주할 것인지, 아니면 외국인 선수 수입을 통해 새로운 볼거리 창출이라는 `조그만 개혁'을 할 것인지 그 해답은 너무나 자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