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그들만의 리그 (6)
기사입력 1997년 04월 14일 13시 50분
얼떨결에 뒷덜미를 얻어맞은 곰보살의 반격은 만만치 않았다. 아무리 낯선 무대지만 그래도 전주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고 살았던 화려한 경력이 있는 곰보살이 아닌가. 맘모스의 앞발 공격에 쓰러지지 않고 곧장 반격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전주에서 숱한 싸움을 하면서 생긴 맷집 덕분이었다. 곰보살은 맘모스의 가슴을 밀치며 옹골차게 공격했다. 당황한 것은 맘모스 쪽이었다. 한방을 맞고 쓰러지기는 커녕 오히려 덤비는 적수를 처음 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호락호락 밀릴 맘모스는 아니었다. 서로 밀치는 힘의 대결에서 맘모스가 앞서기 시작했다. 79년생 동갑내기지만 덩치가 훨씬 큰 맘모스는 의 맹주답게 힘으로 곰보살을 제압했다. 그러나 싸움꾼은 곰보살이었다. 곰보살은 힘에서 뒤져 한두걸음 밀리자 갑자기 팔을 밑으로 빼더니 맘모스의 옆구리를 찔렀다. 순간 맘모스의 팔이 밑으로 내려가자 이번에는 펀치가 위로 치솟았다. 얼굴을 정통으로 한방 맞은 맘모스는 휘청거렸으나 역시 타고난 맷집으로 버텼다. 펀치의 파괴력은 몸무게에 비례하는 법이다. 만약 맘모스의 펀치에 곰보살이 정통으로 맞았다면 승부는 거기서 결정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280㎏의 곰보살과 350㎏으로 곰 사파리에서 가장 무거운 맘모스의 차이였다. 예상치 못한 한방에 정신을 차린 맘모스는 일단 밀어내기로 곰보살을 떼어놓은 뒤 다음 공격 수순을 찾았다. 아무래도 믿을 것은 힘밖에 없었다. 맘모스는 곰보살의 접근을 막기 위해 철퇴나 다름없는 앞발을 마구 휘둘렀다. 곰보살이 멈칫하는 사이 맘모스는 다가가 곰보살의 가슴을 밀어 쓰러뜨렸다. 맘모스와 곰보살은 뒤엉켜 서로 어깨와 목덜미를 물고 늘어졌다. 시커먼스의 싸움을 겨우 뜯어말리고 돌아선 사육사들은 요시찰 대상 1, 2호였던 맘모스와 곰보살의 싸움을 떼어놓기 위해 패트롤카를 몰았으나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싸움이 벌어진 곳이 패트롤카가 들어갈 만큼 넓은 공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 패트롤카가 바위 뒤로 돌아갔을 때는 맘모스와 곰보살이 다시 일어나 마구잡이로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