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헌혈은 사랑입니다
기사입력 1997년 04월 07일 15시 11분
청주 동원교통（주） 소속 시내버스 기사 양옥식씨（41．상당구 율양동 동아아파트）는 요즘 `몸은 괜찮냐'는 안부 인사를 자주 받는다.
충북 도내 최다 헌혈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친지나 직장동료는 물론 단골 승객까지도 그의 건강을 염려하는 질문을 쏟아붓고 있는 것.
그동안의 헌혈량은 성인（60㎏기준）의 평균 혈액량인 5천600㎖보다 많은 7천40㎖.
지난 78년부터 최근까지 모두 52차례에 걸쳐 이룩한 `실적'으로 10명 이상의 교통사고 환자를 너끈히 수술할 수 있는 양이다.
1m67, 56㎏의 마른 체형인 그는 그러나 헬스로 꾸준히 건강관리를 하고 있어 어지럼증 한번 겪은 적이 없다고.
"81년 중동에서 중장비운전 근로자로 일할 당시 혈액 부족으로 숨진 동료를 본 적이 있습니다. 내 피로 꺼져 가는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깨닫고부터는 헌혈을 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더군요.
그전에도 몇차례 했었지만 본격적으로 헌혈을 시작한 것은 그때 이후부터입니다."
한국에 돌아온 뒤 4개월마다 한번꼴로 헌혈을 해오고 있다는 그는 "우유와 초코파이가 고작이었던 헌혈 사은품이 최근에는 전화카드나 남성화장품 세트 등으로 격상된만큼 꼭 한번 해보라"며 너스레.
헌혈 덕에 큰 상도 몇차례나 탔다.
대한적십자사 창립기념일인 지난 95년 10월 28일 30회 이상 헌혈한 사람에게 주는 `헌혈유공은장'을 받은데 이어 올해에는 `헌혈유공금장'（50회 이상）도 받게 된다.
지난 93년에는 `장기기증 서약서'를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 본부에 제출하기도.
남편의 뜻이 알려지면서 아내의 태도도 차츰 달라지고 있다.
"몇달에 한번씩 반창고를 붙이고 들어올 때마다 본의 아니게 잔소리를 하던 아내가 요즘에는 반찬수를 늘리는 등 헌혈 내조를 개시했습니다."
헌혈을 하는 사람 가운데 악한 사람이 있을 수 없다고 믿는 그는 외아들 지훈（12）이도 하루 빨리 성인이 돼 아빠와 함께 헌혈 나들이에 나섰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꿈을 펼쳐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