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천원전]○목진석3단●서능욱9단
기사입력 1997년 04월 04일 15시 41분
제2보(20∼40)＝서 9단의 별명은 `손오공'이다.
괜히 그런 이름이 붙여진 것이 아니라 `변신'에 매우 능하기 때문이다.
탁월한 감각을 바탕으로 동에서 번쩍, 서에서 번쩍 상대의 혼을 빼놓기 일쑤다.
그가 손바람을 일으키면 반상에 회오리가 몰아친다.
그 손바람에 휘말리면 헤어나기 힘들다.
작년 `LG배'에서 한때 일본 바둑계를 주름잡았던 고바야시 고이치 9단도 그 손바람에 손수무책으로 완패하며 1회전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반면 목 3단의 별명은 이창호와 속 빼닮았다고 해서 `리틀 돌부처'다.
화려하지 않지만 기본에 충실하며 기다리는 스타일이다. 따라서 초반엔 돋보이지 않지만 중반 이후 승부를 보는 타입이다.
두 상반된 기풍 소유자끼리의 대국이라 더욱 흥미와 궁금증을 자아낸다.
백 20으로 응수를 물었을 때 흑 21은 `쌍립되는 곳이 급소'인 맥점. 이하 25까지는 예의 그 `변신술'이다. 귀를 백에 허용하더라도 변을 차지하고 중앙쪽 백의 공격에 비중을 두겠다는 의지의 표현.
흑이 귀를 사수한다면 흑 1이 일감. 그러나 그것은 백 2, 4의 맥점으로 흑이 걸려든다. 따라서 흑 1쪽 뻗음이 정수. 그러면 5까지 난해한 변화가 일어난다. 이후는 워낙 별화도가 많아 생략한다. 참고로 흑 5로 A에 이으면 백 B로 탈출.
그런데 백 26이 너무 온건했다. 목 3단도 국후 백 31로 잡을 곳이라고 후회했다. `가'가 선수로 듣는 만큼 귀에 별 뒷맛이 없었다는 것. 흑이 31로 뻗게 되어 35까지 활용당한 것이 아프다. 그러나 흑 39는 시기상조인 완착. 무조건 40의 곳에 갈라쳐갈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