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명퇴자들의 전당은 어디일까
기사입력 1997년 04월 03일 14시 56분
원래는 `영화관'이라고 해야 맞을텐데 우리는 그냥 `극장'이라고 한다. 이 극장들의 선전 카피는 어김없이 `명화의 전당'이었는데 요즘은 바뀌고 있다지. 뭘루? `명퇴자의 전당'으로！ 그런데 명태국을 먹고 온 사람이건 명퇴를 당하고 온 사람이건…. 피곤한 삶을 사는 백성들의 위안의 장소이어야 할 극장에 질서가 나빠졌다. 특히 변두리 蔘류극장(3류라고 하면 극장주인의 기분이 상할 거 같아서 몸에 좋은 蔘으로 바꿨다)들은 실제 영화장면에서는 나오지도 않은 그림을 그려두고 관객들을 모으고 있다. `본영화에 나오지 않은 장면'이라는 이야기는 우선 싼화가가 그렸는지 배우의 얼굴과 닮질 않았고 실제로는 벗지 않았는데 `훌러덩으로 묘사'되어 있고 어떤 곳은 철자도 틀려서 `박중운 주연의 돈을 가꼬 튀겨라！'로 돼 있더라니까. 그런 극장들을 드나드는 것이 애초에 취미였거나 최근의 주요 일과인 사람들은 필자의 이 다음 이야기에 금방 공감할 것이다. 몇가지 이유로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우선 3편 정도를 동시에 상영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영화들이 극장주 임의로 재편집이 돼 있다. 예를 들어 처음 만난 남녀가 아무 `까닭'(당위성)없이 은밀한 숙박업소에서…＠＃$(＊&@＋八♨♥… 하는 따위 등이다. 시간 단축을 위하고 또 영화에 대한 이해가 빠른 관객을 위해 `까닭'같은 것은 잘려 나가고 없다는 얘기다. 다음, 개봉작이 아닌데도 `개봉관'이라는 간판이 붙어있다. 맞아 죽을 각오하고 항의를 하면 홍보담당자께서 `아, 우리 극장이 개봉동에 있어서 개봉관이지 언제 개봉 작품을 한다고 그랬느냐！'며 두 눈에 흰자위만 남긴다. 사실 관객에게도 문제는 많다. 삐삐나 핸드폰을 처음 산 사람들이 개통 시험하러 왔는지 `삐삐！'와 `따르릉∼！' 소리가 쉴새없이 울린다. 연인끼리 와서는 좌석수를 아끼려는 의도에선지 한 좌석에 두 사람이 한꺼번에 앉는다. 그런데 그들은 배우들보다 더 거친 호흡의 대사를 해댄다. 또한 평론가들이 많이 오신다. 그 분들은 내용 전개를 미리 알아 맞히는 비범한 눈이 있어서 `조금 있다가 쟤 하수구에 빠져 죽는다. 그리고 범인은 바로 저 놈이야' 등의 말씀을 미리미리 하셔서 졸이는 가슴에 김을 확 빼버린다. 아！ 쓸만한 명퇴자들의 전당은 진정코 없단 말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