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사이] 어묵 먹으며 불우이웃 도웁시다
기사입력 1997년 04월 02일 13시 29분
"어묵을 팔아 장학금을 드립니다！" 어묵을 팔아 장학금을 주는 호프집이 대학가에 등장해 훈훈한 화제를 낳고 있다. 서울 신촌의 호프집 `여우사이'는 지난해 12월부터 "`백원'짜리 부산어묵 `백일' 동안 모아 `백만원'의 장학금을 드립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볶음밥류를 파는 점심시간대에 디저트로 원가 50원짜리 어묵을 100원에 팔고 이중 절반인 50원을 어묵냄비옆 빨간 돼지저금통에 넣도록 하고 있는 것. 2일 현재까지 100여만원이 모아져 수혜 대상자를 물색하고 있다. 주인 배영준씨(35)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97학번 학생 가운데 장학생을 물색중"이라며 "어려운 가정형편을 담은 수기를 써 온 학생 가운데 `효(孝)'의 정신이 가장 투철한 학생을 위주로 뽑되 최종결정권은 손님들에게 맡길 참"이라고 말했다. 모금 도중의 에피소드도 적지 않다. 지난 크리스마스와 설연휴때는 술값을 올려받지 않는 대신 1천원짜리 이상 지폐만 받는 등 특별요금을 내도록 유도했다고. 한밤에 몰래 돼지저금통 배를 가르다 들킨 가출한 종업원을 선도해 집으로 돌려보낸 적도 있다. 김영욱군(19· 의예과 2년)은 "상업성에 찌든 신촌에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면서 "모금기간이 단축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어묵을 혼자서 10개나 먹었다"고 말했다. 이 술집은 한편 여름철이 시작되면 오뎅 대신 떡볶기를 팔아 2번째 모금운동을 시작, 생 뿐만 아니라 인근 초등학생들도 장학금 수혜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구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