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김도훈사태' 피해자는 선수들
기사입력 1997년 04월 01일 14시 59분
전북 현대 프로축구단이 주전 스트라이커 과의 재계약 난항으로 구단 분위기가 급랭하고 있다. 이미 개막전을 포함, 3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은 미계약선수로 묶인지 벌써 10여일이 지났으나 구단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단순한 연봉협상이 아닌 부가조건의 문제. 양측은 지난달 19일 이미 팀내 최고연봉인 7천200만원에 합의했으나 은 "현재 나는 자유계약선수"라며 외국으로 이적시 구단이 어떤 권리도 행사할 수 없는 조항을 옵션으로 내걸었다. 이에 대해 구단측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무리한 조항"이라며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은 자신이 자유계약 선수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구단과 프로연맹은 을 보류선수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프로축구는 일단 계약한 선수에 한해 전속개념을 부여, 계약기간이 만료돼도 구단이 선수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은 입단시 사인한 이면계약서에 계약기간을 `96년 12월31일까지'로 못박고 있어 다른 선수들과 사정이 다르다. 자유계약선수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은 해석에 대해서는 일차적으로 구단에게도 책임이 있다. 우수선수 스카우트도 좋지만 이중계약에 덥석 도장을 찍었던 구단의 선수관리가 문제인 것이다. 이면계약서만 없었다면 오늘의 사태는 초래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전북선수들이다. 다른 구단보다 훨씬 적은 연봉을 받는 전북선수들은 최고연봉을 받고도 자유이적 요구를 하고 있는 의 처사에 일종의 박탈감마저 느끼고 있다. 한마디로 뛸 맛이 나지 않는 것이다. 신임 최만희 감독과 전북선수들이 의욕적으로 시작한 올해 농사에 처음부터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전북구단과 은 이제라도 제살을 깎아먹는 어리석음보다는 한걸음씩 양보해 빨리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전북이 살아남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