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꽃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 책으로
기사입력 1997년 03월 28일 15시 49분
남쪽 지방에서는 앳된 처녀를 연달래, 숙성한 처녀를 진달래, 노처녀를 난(蘭)이라 부른다. 그 나이무렵의 젖꼭지 빛깔을 꽃빛깔에 비유한 짓궂은 표현. 동네 선머슴이 버들피리를 불면 봄처녀 가슴은 콩콩 뛴다. 그러나 서양인들은 버드나무를 저주받은 나무로 여긴다. 십자가를 지고 가던 예수의 등을 로마병정들이 버드나무 가지로 후려갈겼기 때문. 김대성(한국차학회 이사)－오병훈씨(출판기획 `자연환경' 대표)가 공저로 내놓은 `꽃이 있는 삶'(반야출판사)에는 100종에 이르는 꽃에 얽힌 이런 흥미로운 얘기들이 가득차 있다. 할미꽃은 왜 무덤에 필까, 목련은 왜 목련일까 등등…. 할머니는 두손녀를 키워 언니는 부잣집에, 동생은 가난한 나무꾼에게 시집보낸다. 할머니는 배가 고파 큰손녀를 찾아가지만 쫓겨난다. 할머니는 다시 작은손녀를 찾아가다 고갯길에서 쓰러진다. 작은손녀가 할머니를 양지바른곳에 묻어주니 그 무덤에서 할미꽃이 피어난다. 실제 할미꽃은 묘지에 많이 피어난다. 그러나 가슴저미는 얘기와는 상관없이 할미꽃은 제가 살려고 무덤가를 찾는 독초다. 할미꽃은 인산과 칼리성분을 좋아하는데, 무덤에는 두가지 물질이 풍부하기 때문. 목련은 왜 목련일까. 목련은 연못이 없는 높은 산 암자에서는 연꽃을 대신하는 꽃. 그래서 나무에서 피는 연, 즉 목련(木蓮)으로 불린다.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고향' 운운하는 유행가 가사는 작사가의 실수. 찔레꽃은 붉은색이 아니라 흰색이다. `동구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라는 동요도 잘못이다. 아카시아는 아까시가 잘못전해진 말이다. 이 책은 이런 읽을거리 외에도 꽃식물의 생태적 특성, 전래경로, 식용 약용 등 이용방법 등에 이르기까지 자세히 알려준다. 332장에 이르는 컬러사진도 볼거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