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형제의 반란 (3)
기사입력 1997년 03월 27일 15시 11분
화간(和姦)과 달리 강간(强姦)은 색다른 쾌감을 준다. 더구나 사파리의 소문난 오입쟁이 호걸로서는 발정기도 아닌 암컷을 힘으로 제압했다는 뿌듯함이 더해 즐거움은 극치에 달했다. 호걸이 한바탕 몸을 흔든 뒤 연못 쪽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동생 호구는 이를 악물었다. 사자와의 전쟁이 끝난 뒤 평화공존시대가 되자 다른 호랑이들의 도움이 필요없게 된 호걸의 권력 남용은 계속됐다. 호식은 그 무렵, 발정기를 맞은 암호랑이 호숙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호구의 애인을 강간한 뒤 새로운 맛을 본 호걸은 호숙에게도 다가갔다. 발정기를 맞은 암호랑이 특유의 냄새를 맡고 잔뜩 흥분한 호걸은 냄새를 추적하다가 동생 호식이 호숙과 데이트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예전같으면 못본 척하며 지나쳤을 호걸이지만 이미 사파리의 암호랑이를 모두 독점하기로 결심한 만큼 노골적으로 방해했다. 호식이 자신을 보고도 떨어지지 않자 호걸은 호식의 목덜미를 가볍게 물며 그만두도록 했다. 물론 싸울 때처럼 이빨을 세운 것은 아니지만 그 상태에서 짝짓기를 계속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호영도 그랬듯이 호숙은 동생의 애인이기 이전에 그저 자신의 욕심을 채워 줄 암호랑이었을 뿐이다. 짝짓기를 그만둔 호식은 머쓱한 표정으로 호걸의 뒷모습을 보며 분개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바로 그때 호구가 동생 호식을 찾아왔다. 둘다 애인을 형에게 빼앗긴 처지였다. 호구와 호식은 굳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맏형 호걸에 대한 분노로 쉽게 뭉칠 수 있었다. `호걸을 제거하자.' 목표는 정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호걸은 호랑이 가운데 최고의 파워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호걸과 호구, 호식은 같은 배(腹)에서 태어났지만 출생시기가 달랐다. 호걸은 나이가 2살이나 많았고, 호구와 호식은 쌍둥이처럼 앞뒤로 태어났다. 말이 형제지 호랑이 생태로 보면 남과 다를 게 없었다. 호구와 호식이 쿠데타 음모를 꾸미느라 머리를 맞대고 있는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는 호걸은 여전히 7마리 암컷 사이를 돌아다니며 권력의 특혜를 누리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