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공화국] 희망과 고민 (4)
기사입력 1997년 03월 23일 14시 48분
집권여당은 비겁하게도 새벽 날치기로 노동법, 안기부법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이 날치기 통과에 소위 대권을 꿈꾼다는 대통령후보 9룡은 어느 누구도 방침에 저항하지 않았고, 함께 거수기가 되어버렸다. 오버코트 주머니에 두 손을 질러넣은 채 앞서 걸어나오는 대쪽 이 유난히 크게 보인 `TV보도'였다. 그렇다고 야당이 당당한 것도 아니었다. DJP 모두 아무런 대안 없이 노동계의 저항만 바라보고 있었다. 함께 고통을 나누고 함께 고함지르는 야당의원이 없었다. `97대선에서 대재벌의 역할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반대만 하지말고 대안을 제시하라"는 여당측 목소리에도 침묵으로만 일관했다. 뒤늦게 `노동악법 철폐하라'라는 구호를 부르짖었지만 역시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했다. 여당의 `불가피론'이나 야당의 `악법철폐' 구호는 국민들 귀에 공허만 남겨놓았다. 그리고 비난의 화살은 계속해서 를 향해 날아갔다. 1월 6일. 대통령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내일은 기자회견이 있는 날이다. 경제침몰과 노동법, 안기부법에 대한 야당과 노동계의 비난 속에 어쩔수 없이 열리는 기자회견이다. 지난 96년에는 ,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으로 회견을 취소했기 때문에 금년은 어쩔수 없이 치러야 할 행사다. 하지만 난감하기 짝이 없는 회견이다. 대통령은 야당과 노동계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국가경제가 어려울 때는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거 아냐?' `도대체 야당이라는게 반대만 해대면 대통령은 어떻게 국정을 수행하라는 거야. 그들과의 대화는 물건너 갔어.' `월급은 많고 경쟁력은 떨어지니 수출이 돼? 그래서 정리해고제 만든거야. 기업이 살아야 근로자도 사는거 아냐?' `금융실명제는 잘한거야. 경제가 나빠진건 그때문이 아니야.' 수없는 자문자답이 머리를 어지럽혔다. 모두가 야당 때문이며, 경제사정을 모르는 근로자들 때문이다. `야당과는 절대 대화하지 않아. 그리고 노동법은 바뀌어야 돼. 도대체 선진국에는 없는 노동쟁의가 있다는 건 후진국이란 뜻이야. 우리는 회원이잖아. 그리고 43년간 노동법이 한번도 바뀌지 않았잖아. 어떻게 이런 법으로 경제를 일으켜 세우라는거야.' 마치 야당생활 한번도 안해본 정치가 같았다. `빨갱이들 득시글 대는데 안기부법 고치지 말라고?' 야당이나 국민들간에 안기부법 개정은 `선거용'이란 의혹이 있다는 것을 대통령은 아는지 모르는지 헤아릴 방법이 없지만…. 그리고 현재의 안기부법은 자신이 원해서 개정한 사실을 기억이나 하는지…. 그렇다면 무슨 변명이라도 있어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