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무단가출한 땡칠이를 찾습니다
기사입력 1997년 03월 19일 13시 36분
필자가 기억하는 이 땅의 최초 신문광고는 1896년 어느 봄 날에 나온 독립신문의 `책 선전 문구'였다. 당시의 원문을 그대로 옮겨 볼작시면, `세계지리셔를 한분으로 잘 적은 거신대 사람이면 볼 만해 학문샹에 유의 하나니라. 갑슨 여덜냥이니 종노 책젼에서 사시압'. 젊은 필자더러 100년 전 일을 어떻게 기억하느냐고 시비를 거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터여서 대답하겠다. `나이가 100살이 너믄 거시 아니고 신문자료를 본 거시니 그리 아시압'. 많은 세월이 흐르면서 신문 광고도 문안 등이 엄청 변한 것을 알 수 있다. 최근엔 `마피아가 쓰던 총대'로 만든 정확하고 한치의 오차도 없는 `잣대'도 나왔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 내용이 아니니 무식한 소리하지 말라구? 글쎄, 내 눈엔 그 게 마피아의 총대로 만든 잣대를 원하는 사람에게 판다는 것으로 보이던데…. 요즘의 광고는 카피부터 가히 충격적인데 지난 70년대의 광고는 이랬다. `영철아, 집으로 속히 돌아와라！ 아버지 양복도 줄여놨을 뿐더러 모든 걸 용서하겠다'. 그 것이 90년대인 지금은 `영철아, 제발 돌아 오지만 않는다면 예전 일은 전혀 문제 삼지 않겠다'가 된 것이다. 집 나간 개를 찾는 것도 그랬다. 예전에는 `잃어 버린 개를 찾습니다. 순수 토종변견이며 이름은 땡칠이로서 지난 여름 복날에 즈음해 무단 가출을 했습니다. 이 개를 보신 분이나 보호하고 계신 분에게는 사례로 두근반을 드리겠습니다'였었다. 그 것이 지금은 `세살짜리 아이가 집 앞에서 겁나게 비싼 외제 강아지를 데리고 놀다가 행방불명 됐습니다. 삼대독자 아이를 찾아 주신 분께는 일금 100만원을 드리고 강아지는 일금 200만원을 현상금으로 드리겠습니다'로 바뀌었다. `개같은 나의 인생'이 아니라 `개만도 못한 나의 인생'이 된 세상을 광고에서 읽는다. 누군 뭐 흙 파 먹고 사는 줄 아느냐고 에누리를 거절하는 상인도 있는데 이 광고를 보면 좀 의아해진다. `금싸라기 땅을 팝니다. 평당 수억원을 하는 서울 명동의 흙을 한 트럭당 겨우 몇천원에 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