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공화국] 두뇌전쟁 (10)

기사입력 1997년 03월 17일 16시 27분

을지로 중앙극장과 명동을 잇는 뒷골목. 퇴근길 샐러리맨들이 즐겨찾는 식당가. 이 골목에 30∼40대의 사내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퇴근후 소주나 한잔 하자며 모여든 회사 직원들이다. `명예퇴직'으로 한껏 풀죽어 있는 직장인들은 이렇게 소주라도 들이키지 않으면 숨통이라도 막혀 쓰러질것만 같았다. 그 흔한 `위하여'도 생략한 채 소주잔을 비우며 명예퇴직에 대한 불안을 함께 논의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화는 자연히 정치쪽으로 옮겨갔다. "어쨌든 DJP는 히트야 히트. 그 발상부터 말이야…. 세상에 DJ와 JP가 손잡을 생각을 다 하다니." "쳇, 성공못해. 내 그사람들 성공하면 손가락에 장을 지져." "잘 나가는거 같은데?" "두고 봐. JP가 한번 당했잖아. 합당할 때 조건이 분명한 내각제였는데 YS가 합당후 백지화 시켰잖아. JP가 DJ를 쉽게 믿지 않아. 그리고 문제는 측근들이야." "측근이라니?" ", , 부총재급 거물들이 JP와 연합하는걸 치욕이라고 생각하거든. 그건 JP 측근들도 마찬가지일테고." "그건 일리가 있다. 김용환같은 심복 외에는 반발심리를 갖는 사람도 있을 거야. 특히 보수파나, 심복은 아니지만 측근에 속하는 최각규 강원지사 같은 소외 인물들…." "하지만 , 이 헤어져 독자 출마하면 둘 다 죽는데." "그러니까, 결국 두 분도 DJP 아니면 방법이 없다는 걸 알거야. 반대세력이 있다고 대안도 없이 포기 하겠어? 두고봐. , 말은 그렇게 해도 절대 탈당하거나 거세게 저항 못해. 지난번 민주당 봤잖아." "TK는 어때?" 대구에 고향을 둔 과장급 간부 하나가 심각한 얼굴로 머리를 들어 올렸다. "나 고향이 대구라 하는 소리가 아냐. DJ든 JP든 TK 놓치면 그것도 끝장이야. 대구표는 거의 몰표거든." "……." "대구는 지금 구심점이 없어. 반YS 정서 때문에 허주()보다 청민()이 훨씬 더 부각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핵폭탄까지는 못되거든." "그럼 어쩌겠다는 거야." "TK에는 자존심 이라는게 있는데 분명한 권력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거지." "어떻게?" 마치 선(禪)문답 같은 표정들이다. "은 DJP에 TK가 가세하려면 일정지분을 인정해야 한다는 거야. 가령 내각제로 가더라도 TK지분은 줘야 TK표가 모인다는 거지." 대통령을 세명이나 배출한 지역이니 권력투쟁에 대가없이 왜 끼여드느냐는 논리다. 그리고 반YS 정서이지, 그것이 반 이나 반 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논리다. 때문에 DJP가 성공하려면 TK를 끌어안아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