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촌티패션 유행
기사입력 1997년 03월 05일 15시 11분
젊은이들 사이에서 `촌티내기'가 유행하고 있다. 70년대를 연상시키는 시골냄새 폴폴나는 털스웨터나 알록달록한 목도리, 중년층에나 익숙하던 갈색의 가죽서류가방, 왕년의 코미디언 배삼룡 이기동씨를 연상시키는 기장이 짧은 바지 등. 최근 큰 흐름을 이루고 있는 복고풍의 범주에 쓸어담기에는 확실히 무리가 따르는 차림새들이다. 주목할 점은 이같은 `촌티패션'이 신세대들의 세태에 대한 냉소와 반항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 부정부패의 표본인 한보사태로 휘청거리는 경제와 조기퇴직 등으로 어깨가 처진 기성세대를 바라보는 신세대들의 허무의식이 반영돼 있다. 패션관련업계들이 촌티패션의 유행을 놓칠리 만무하다. 나이스클랍, 비키, ENC 등 영캐주얼 메이커들은 60∼70년대 먼지쌓인 자료를 다시 꺼내 촌티나는 디자인의 의류를 만들어내고 있다. 전반적인 의류업계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이들 메이커들은 `촌티패션'으로 현상유지에 성공하고 있다. 또 신촌이나 압구정동, 홍대앞 등의 보세의류점들도 앞다퉈 촌스러운 의류를 진열해 손님을 끌고 있다. 주머니사정이 넉넉지 못한 신세대들은 어머니가 처녀적 입던 낡은 블라우스나 주름치마를 꺼내 입기도 하고, 아버지가 착용하던 구식 손목시계나 허름한 바지 등을 다시 찾아내 사용하기도 한다. 드라마도 `촌티바람'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철옹성처럼 시청률 1위를 지키고 있는 인기드라마 `첫사랑'도 남녀주인공의 애틋한 러브스토리외에 8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어려웠던 시절의 아련한 향수를 자아내는 점이 시청자확보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함께 밤무대악사, 음식점 주방장, 시장통 옷장사, 도배공 등 촌티가 물씬 나는 조연들이 정감넘치는 연기를 펼치는 것도 이 드라마 성공의 요인. 대학생 최형석군（21）은 "너무 깨끗하고, 번듯하고, 화려한 것에 이미 염증이 생겼다"며 "겉모양만 중시하는 우리사회의 그릇된 풍조에 정면으로 도전한다는 의미에서 신세대들사이에 `촌티내기'가 번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