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태옥씨] 우리 것의 아름다움 파리 실생활에 접목
기사입력 1997년 03월 05일 13시 42분
"우리 것의 아름다움을 파리지앵들의 실생활에 접목시킬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지금까지의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한국의 미로 저들의 패션감각을 바꿔보자는 욕심이에요." 국내의 대표적인 디자이너 진태옥씨(63)가 97파리 가을－겨울 프레타포르테 컬렉션에 참가, 10일 오후 2시 30분 파리소재 국립 강당에서 쇼를 갖는다. 한국의 정서를 패션 중심지에 전파하기 위해 진씨가 선보일 작품은 특유의 절제미가 돋보이는 이브닝드레스. `조용한 그림자'라는 주제로 펼치는 이번 쇼에서 진씨는 꽃잎 모양을 최대한 단순하게 형상화한 프린트물을 야심작으로 내놓는다. 조선시대 분청사기의 초화문, 당초문을 현대적으로 변형시킨 작품이다. 흰색 바탕에 검은색 프린트와 검은색 바탕에 흰색 프린트라는 극단적인 대비가 인상적이다. 우리의 고유정서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바느질도 안감과 겉감을 맞대 꿰매는 전통 한복식으로 했다. 진씨는 지난 93년 이후 10번째인 이번 쇼를 색다르게 진행한다. "무대를 궤짝이 나뒹구는 창고처럼 꾸밀 겁니다. 요즘 유행인 복고풍을 끝까지 밀고나가, 세기말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그 위에다 고전적인 정신의 아름다움을 표현해 보고자 하는 거지요." 뒷골목 같은 환경을 배경으로 단순한 의상을 입은 여인이 등장하고, 그 여인의 조용한 움직임이 하나의 충격이 되는, 새로운 미학을 창조하자는게 이번 컬렉션을 맞는 구상이다. "파리 컬렉션에 참가하는 것이 세계의 패션 흐름을 파악, 국제감각을 익히는데 도움이 된다"는 진씨는 이번 쇼에서 여성복 65점, 남성복 25점을 무대에 올린다. 진씨는 지난해 8월 국내 처음으로 클리와 넥타이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무역의 날' 대통령상, 올 1월엔 지 선정 `올해의 디자이너상'을 수상하는 등 한국의 정상급 디자이너로 활약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