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열] 순둥이 독해졌다
기사입력 1997년 02월 25일 14시 58분
해태 `순둥이' 이건열（34）이 `독사'로 변했다.
해태가 전지훈련중인 하와이 알로하구장.
운동장을 어슬렁거리던 한 무리의 선수들이 먼 발치서 걸어오는 `상조회장' 이건열을 발견한 순간 쏜살같이 달려간다.
숙소인 알라모아나호텔 식당.
아침 식사시간이 5분정도 지나서 몇몇 후배들이 눈을 부비며 식당에 들어서다 눈을 부라리고 있는 이건열을 보자 순식간에 고개를 떨군다.
해태의 `군기반장'을 자처하고 나선 이건열이 가는 곳에는 어디든 냉랭한 찬바람이 몰아친다.
작년까지만 해도 10년이상 차이 나는 후배들과 허물없이 터놓고 지내던 `사람 좋기로 소문난' 이건열이 왜 이렇게 변했을까.
작년말 에 이어 제6대 상조회장에 뽑힌 이건열이 내뱉은 첫 공약은 `약성 이미지 변신'.
지난시즌뒤 구단의 강제 은퇴설이 불거져 나오면서 자존심에 심한 상처를 입었고 입가엔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올해가 선수생활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내가 할 일이란 해태가 정상을 지킬 수 있도록 후배들을 이끄는 것이다."
이건열의 열성은 장외뿐 아니라 장내에서도 돋보인다.
훈련장에 나가면 가장 먼저 장비를 챙기고 러닝때는 항상 맨앞을 고집한다.
그러나 어쩌다 가벼운 부상이라도 입은 선수가 나오면 만사 제쳐놓고 달려 나간다.
이 뿐이 아니다.
새로 호랑이 유니폼을 입은 , 조 현 등 이적선수들에겐 혹시나 생길 지 모르는 이질감을 없애기 위해 새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작년 `하와이 악몽'이 아직도 살아있는 해태가 전지훈련이 절반을 넘어선 지금까지 별다른 잡음없이 잘 치르고 것도 이건열의 보이지 않는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