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수첩] 김병지 고질병 또 도지나?
기사입력 1997년 02월 24일 14시 26분
축구 국가대표팀의 GK 김병지（27．현대）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골키퍼이다. 1m84, 77㎏의 체격인 김은 골키퍼로는 보기 드물게 100m를 11초대에 주파하는 빠른 발을 지녔고 명석한 두뇌를 바탕으로 골문 앞에서의 위기대처 능력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해 일명 `번개'로 통한다. 그러나 그에게는 한가지 몹쓸 `병（病）'이 있다. 공격수를 능가하는 자신의 스피드를 과신한 탓인지 때때로 골문을 텅 비우고 골지역 밖으로 까지 진출해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곤 하는 것이다. 골문을 지키고 있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볼을 괜스레 골지역을 벗어났다가 상대에게 골을 허용할 경우 감독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징계감이다. 실제로 김병지는 지난해 아디다스컵 도중 이같은 실수를 저질러 감독으로부터 한동안 출전금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팬들은 이런 의 독특한 플레이에 오히려 박수갈채를 보내 그의 소속팀 연고지인 울산에선 김병지 팬이 제일 많다. 필드플레이어로 변신할 때마다 팬들이 열광하는 것에 고무된 것일까. 그동안 잠잠하던 의 `외도'가 재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우려를 낳고있다. 지난 22일 과의 98프랑스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첫경기. 김병지는 전반 휘슬이 울리자 자신에게 볼이 올 경우 손으로 잡기보다는 앞으로 전진해 발을 갖다대는 것을 더 좋아했다. 급기야 후반 23분경에는 골문을 지키지 않고 골에어리어 왼쪽 끝부분 까지 뛰쳐나갔다가 상대의 볼을 낚아채지 못하는 바람에 결정적인 실점위기를 맞기도 했다. GK를 골문 멀찌감치서 따돌린 상대 공격수가 슛한 볼이 급히 골문안으로 뛰어들어간 수비수 김상훈의 몸에 맞고 튀어나왔기 망정이지 한국은 이날 의 `외도'로 한골을 헌납할 뻔했던 것이다. 의 자제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