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타일기] 이민영 (3)
기사입력 1997년 02월 20일 14시 51분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아역 탤런트들이 별로 많지 않았다. 그래서 작품 섭외가 끊이지 않고 들어왔다. 그러나 친구들이랑 생활이 다른게 너무 싫었던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5학년때 아역 탤런트 생활을 정리했다. 그리고 평범한 아이로 돌아가 초등학교 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그때부터 반 아이들과도 많이 친해졌다. 그리고 이른바 5군단을 만들어서 종횡무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5군단은 유지연 박민정 박수영 윤정혜 그리고 나까지 모두 다섯명의 왈패들이 모여서 만든 것. 우리들은 찰떡 궁합을 자랑하며 몰려 다녔다. 사실 난 5군단을 만들기 전까지는 지극히 내성적이었다. 촬영 때문에 결석을 자주 할 수밖에 없었고, 학교에 가면 조용히 책을 읽으면서 혼자 앉아 있곤 했다. 그러던 내가 적극적인 성격으로 바뀌게 된 것은 전적으로 지연 등 친구들의 도움 덕분이다. 지금도 기억나는 추억 하나. 5학년 겨울이었다. 우리는 불우 이웃을 돕겠다고 박스를 들고 다니면서 성금을 모았다. 아주 추운 겨울 날, 덜덜 떨며 거리를 3시간 정도 돌아다닌 결과, 우리가 모은 돈은 1만 3천원 정도. 우리는 `거금'을 손에 들고 의기양양, 담임 선생님을 찾아가서 돈을 전달해 드렸다. 어린 마음에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람 중에 가장 높은 사람은 선생님이었으므로. 선생님께서 그 코 묻은 돈을 어디에 쓰셨는지 참 궁금하다. 그렇게 몰려 다니던 5군단과는 한동안 연락이 끊어졌는데, 내가 활동을 하면서 요즘 하나 둘씩 연락이 되고 있다. 정혜는 나의 호출기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호출기에 메시지를 남겼고, 컴퓨터 통신에 있는 나의 팬 클럽 방에 편지를 올린 친구도 있다. 다들 모여 옛추억을 나누는 자리를 꼭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하지만 좀처럼 시간이 나지 않아 속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