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학길] 마지막 불꽃
기사입력 1997년 02월 19일 16시 04분
호주에 온 관광객이면 한번쯤 가보는 곳이 있다.
적법화돼 성업 중인 카지노다.
엄청난 행운이 따를 경우 1달러로 1만 달러를 벌 수 있다.
베팅방법도 가지가지.
푼돈을 여러 곳에 분산하기도 하고, 한 곳에 단 한 차례 거액을 걸고 잃으면 미련없이 일어서는 사람들도 있다.
롯데 최고참 투수 （36）의 올시즌 베팅은 후자에 가깝다.
그는 이미 투수나이 환갑을 넘겼다.
95년 12승에서 작년 3승에 그치자 은퇴설도 나돌았다.
그러나 촛불은 꺼지기 직전 강렬한 빛을 내뿜는다.
호주전지훈련 중인 의 체력은 20대 초반이다.
훈련에 항상 앞장서고 볼은 포수 미트에 여전히 `팡팡' 소리를 내며 힘차게 꽂힌다.
코칭스태프가 쏟는 관심은 어느 선수보다 각별하다.
감독은 의 피칭이 끝나면 "수고했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전지훈련이 시작된 이래 각종 언론 매체와 수차례 인터뷰했지만 은 올시즌의 개인 목표를 단 한번도 얘기한 적이 없다.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겠다. 우승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는 말을 마치 연극대사를 외듯 반복했다.
휴일엔 더 바쁘다.
1∼2년차 후배들에게 경험담을 얘기해주고 어깨를 두드려 격려하는 것이 최고참인 의 몫이다.
롯데엔 의 부활을 의심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겨울훈련에 충실했고, 부진한 해 다음에는 늘 성적이 좋았기 때문.
95년까지 프로 10년간 한자리 승수가 3시즌이었는데 이듬해는 모두 두자리 승수로 복귀했다.
은 확률 몇만분의 1이라는 `잭팟'이 올시즌 그에게 터질 것 같은 짜릿한 예감에 사로잡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