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처진 가장들] 골프 배우러 태평양 건넌다
기사입력 1997년 02월 19일 15시 58분
세계에 단하나뿐인 2년제 골프전문대학인 미국의 PGCC가 최근 한국사무소를 세우고 골프유학생 모집에 열을 내고 있다. 그런데 재미난 현상이 나타났다. 당연히 대학 골프특기생이나 프로 희망자 등 신세대의 전유물로 여겼으나, 일반 중장년층이 상당수 몰려든 것. 다름아닌 명예,조기 퇴직자들이다. 골프로 새 인생을 개척하겠다며, 중년의 나이에 미국 골프유학의 문을 두드려 화제가 되고 있다. 재벌 건설사의 부장인 최모씨(42)는 최근 PGCC 5월 학기에 입학신청서를 냈다. 조기퇴직의 불안에 떨면서 제2의 호구지책을 고심해왔다는 최씨는 봄에 미련없이 사직서를 내고 골프유학을 떠난다는 계획이다. 최씨는 골프유학후 경영관리능력이 취약한 국내 골프장 운영관리장으로 취업하거나 프로골프숍 운영 등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모 은행의 명동지점장을 지낸 이모씨(57)는 지난해 명퇴후 반년 이상 제2의 일자리를 찾아헤매다 허탕을 쳤다며, 최근 가족의 응원을 받고 골프유학을 떠났다. 이씨는 10년전 골프를 배울때 젊은 레슨프로가 아랫사람 대하듯 가르치는 풍토가 못마땅했다며, 신사형 레슨프로의 길을 걸을 예정. 이씨는 외국에는 골프의 신사도를 가르치는 60대 레슨프로가 아주 많다는데 용기를 얻었다며, 평생 말고생을 시켰던 영어공부도 늦게나마 뻥 뚫어놓고 싶다고 말했다. PGCC한국사무소(02_763_1745) 김민석 소장은 최근 골프유학지망자의 절반이 명퇴,조퇴자라며, 오히려 젊은층보다도 유학 목적이 뚜렷하고 각오도 대단해 놀랐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PGCC골프대학은 최근 1년에 3학기를 개설하는 학기당 120명의 정원중 한국인수를 10명까지 크게 늘렸다. 이 학교와 인연을 맺은 한국인은 여민선 여자프로골퍼 등 15명에 이른다고. 골프장 이용료 등을 포함한 수업료는 학기당 4천달러(약 350만원)로, 영어아카데미 1학기를 포함해 5학기(약 2년) 총 2만달러이다. 한국사무소측은 "하루평균 4시간씩의 실기뿐 아니라 골프장 관리와 판매학 등 경영기법도 배운다"며 "2년과정을 모두 마치면 미국 국립대학평가기구가 인정하는 프로골프경영학위가 수여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