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감독] 영화열정+작가적 상상력 주효
기사입력 1997년 02월 16일 14시 47분
소설가 출신의 이창동 감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 한국적 느와르의 탄생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는 화제 영화 `초록 물고기'에 연일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이 뒤따르면서 파생된 현상이다. `초록 물고기'는 산업화돼 가는 우리 사회의 한쪽 그늘에서 한 젊은이가 맞닥뜨린 꿈과 좌절, 가족에 대한 연민, 슬픈 사랑과 분노 등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작품. 매스컴과 평단에서 일제히 찬사를 보내고 있는 것도 관객의 호기심을 배가시키고 있는 요인이다. -호응을 접한 소감은. ▲기쁘고, 부담스럽다. 평단이나 매스컴에서 다소 과장된 어조로 칭찬하는 이유가 앞으로 지켜보겠다는 기대감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호응이 다음 작품의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체질적으로 잘 잊어 버린다. `초록 물고기'도 그랬지만 언제나 처음 시작하듯 배우겠다는 자세로 영화를 찍을 것이다. -소설가로서도 웬만큼 입지를 다졌는데, 어떤 계기로 영화 감독으로 변신을 시도했나. ▲작가의 삶이라는 게 책상 주변을 뱅뱅 도는, 너무나 뻔하고 폐쇄적인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길에서 한 걸음 비켜가고 싶어 택한 게 영화다. 물론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고, 그래서 내 체질에 맞는다 싶었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입문, 어려운 점도 많았을 텐데. ▲영화 수업을 길게 하지는 않았으나 집중적으로 할 수 있었다. `그섬에 가고 싶다'의 박광수 감독을 만나 영화에 대한 이해를 비교적 빨리 할 수 있었던 것이 행운이었다. - 심혜진 등 톱스타들과 강우석 여균동 감독 등의 후원을 등에 업을 수 있었던 배경은. ▲소설가가 취미 생활쯤으로 영화한다고 생각할까 봐 현장에서 바닥일부터 닥치는 대로 했다. 아마 그런 모습이 약간의 신뢰를 준 게 아닐까 싶다. 특히 연기에 대한 집착이 강한 씨가 크지 않은 비중임에도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소화해 준 것에 감사한다. -시나리오도 직접 썼는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했나. ▲자전적 스토리는 아니지만 주변에서 흔히 보아왔던 풍경이었다. 작가적 상상력이 보태졌다고나 할까. 다행히 점점 무기력해 지는 가족의 붕괴가 웬만큼 전달된 모양이다. 영화속에서 막둥이()가 가족에 대해 연민과 분노를 함께 느끼면서도 벗어날 수 없는 것으로 그려진 이유도 마찬가지다. -다음 작품 계획은. ▲지금은 푹 쉬고 싶다. 머리속에서 뱅뱅 도는 이야기들이 있지만 억지로 끄집어 내기 보다는 절로 익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