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단] 그라운드에 '설날'은 없다
기사입력 1997년 02월 05일 17시 08분
`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신세∼.' 사회 전반적인 상황이 어수선한 가운데 설날을 앞둔 프로축구계에 전에 없는 냉기가 돌고 있다. 10개구단 중 그나마 설날을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구단은 안양 와 부천 유공, 전북 정도이고 나머지 구단은 국－내외 전지훈련장서 올시즌 정상에 오르기 위한 몸부림으로 설날을 잊을 참이다. 예년에 푸짐했던 `떡값'은 전훈지서 설날을 맞는 천안 일화가 미화 500달러(약 43만원) 정도를 계획하고 있을 뿐 타구단은 엄두도 내지못하고 있는 형편. 10개구단 중 설날을 국내서 맞는 구단이 와 유공 대전 전북 정도이고 보면 프로축구 선수들에게 있어 설날은 이제 더이상 특별한 날이 아니다. 와 유공, 4일 호주전훈서 귀국한 전북이 2∼3일간 휴가를 주어 선수들을 가족들 품안으로 돌려 보내지만 김기복 감독이 이끄는 신생팀 대전 시티즌은 고향을 지척에 두고도 진해에서 훈련을 계속할 참이다. 지난해 우승팀 현대와 대우는 호주에서, 전남과 삼성은 이탈리아와 영국에서, 일화와 포항은 남미의 와 이웃 일본에서 설날을 맞게 된다. 하지만 각 구단 관계자들은 설날을 가족과 함께하지 못하는 선수들을 위로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베이스 캠프에서 선수단별로 합동차례를 준비하거나 현지 교민들의 협조를 얻어 따뜻한 떡국이라도 선수들에게 공급하기 위해 머리를 짜고 있다. 또 설날만은 지루하게 계속됐던 훈련을 중단하고 휴식을 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구단이 있는가 하면 울쩍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는 더 세찬 훈련으로 몰아붙이는 게 상책이라는 팀도 있다. 선수관리의 귀재로 불리우는 현대 감독과 대우 이차만 감독은 구단측에 선수단 합동차례 준비를 요청했지만 이방인 감독 레네가 이끄는 일화는 아무래도 선수들 스스로가 고향을 향해 고개를 숙여야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