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이야기] 거미 (3)
기사입력 1997년 02월 02일 16시 15분
"거미는 자식을 낳으면 자기 등에 올려 놓고 등을 파먹게 하면서 키운다고 합니다. 바로 자식을 위한 소모품으로 자기를 희생하는 거지요. 모든 생명체들은 자기 삶을 그렇게 사는 데에 아무런 회의도 갖지 않습니다. 그저 그렇게 열심히 살지요. 그렇게 생명의 원칙에 충실하다 보면 그들은 다음 생에는 한차원 높은 생, 더욱 진화된 생명체로 탄생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 환자에게 계속 말했다. 만약 자식들이 자기 등을 파먹는 게 싫어서 자식들을 나몰라라 팽개치고 달아난 어미 거미는 아마도 다음 생에는 거미보다 더욱 미천한 존재로 태어날 것이라고. "정말 그럴까요?" 그녀의 의문은 계속됐다. "그럼요. 거미는 물론 인간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생명의 원칙에 충실한 삶을 살아간 사람들은 죽은 뒤에는 더욱 높은 생명체로 드높여지지만, 그렇지 않고 자기 삶에만 이기적으로 충실한 사람들은 다음 생에 더 낮은 생명체로 태어나게 될 것입니다." 생명의 원칙이란 무엇일까. 바로 자손을 통해 생명을 연장시키는 것과 열심히 자연을 개척함으로 삶의 환경을 더욱 좋게 만드는 것이다. 결국 생명은 땅 위에서 영생을 목표로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일생을 생명의 원칙에 따라 부지런히 산 사람과 게으르게 산 사람은 죽은 뒤에 영혼의 맑기에서 차이가 나게 마련 아닐까. "영혼이 맑은 사람은 그만큼 가볍기에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영혼이 탁한 사람은 그만큼 무겁기에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갑니다. 죽은 뒤에 영혼도 7단계의 층으로 나뉜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그녀는 영혼의 무게, 맑기에 따라 죽은 영혼이 가는 곳이 달라지느냐고 물어왔다. "아마도 영혼이 가장 맑은 사람은 가장 높이 드높여져 하느님 곁이나 부처님 곁에서 가장 밝은 기쁨을 맛보게 되지 않을까요. 저는 운명은 믿지만 그것이 현실에서 일정한 길로 정해져 있다고는 믿지 않습니다." 나는 평소에도 운명이란 타고난 정신의 기운이지만, 열심히 살다보면 그 기운을 현실에서 구현하고 발전시킬 수 있고, 그렇지 않고 주저앉다 보면 좋은 기운도 스스로 얽혀 탁해지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녀에게도 `삶만큼 영혼을 맑게 하는 좋은 방법은 없다. 삶은 땅과 육체라는 제한된 공간이 있어 갈등과 고통, 보람과 행복이 있기에 영혼의 아픔, 환희를 가장 진하게 느낄 수 있는 마당이다. 그래서 삶을 잘 이용하면 영혼으로 떠돌 때는 깨달을 수 없었던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고 맑게 드높여질 수 있다'는 요지의 이야기를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