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견] '만화왕국' 일본을 해부한다
기사입력 1997년 02월 01일 15시 57분
매일 1천만명이 만화를 보는 나라, `아톰'과 `밀림의 왕자 레오'를 만들어낸 만화신(漫畵神) 데스카 오사무의 나라.
전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나라, 그리하여 저패니메이션(저팬+애니메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세계 공용어로 만들어낸 나라.
바로 일본이다.
최근 박태견씨가 펴낸 `저패니메이션이 세상을 지배하는 이유'(길벗간)는 일본의 만화산업을 본격적으로 해부한 의미있는 책이다. 의미있다는 말은 수사법이 아니다.
만화와 만화영화, 그리고 캐릭터산업, 전자오락 등 만화 파생산업의 세계 시장규모는 1천5백조원, 국내시장 규모는 1조2천억원이나 된다.
미국의 만화 캐릭터인 `'이 탄생한 이래 95년까지 캐릭터 사용 로열티만으로 벌어들인 돈이 무려 1조6천억원. 그런 미국조차 두려워 벌벌 떠는 일본의 만화산업을 분석하는 작업은 그래서 의미가 깊다.
박씨는 일본만화의 가공할 위력을 데스카 오사무로부터 기원을 찾는다. 그로부터 일본만화가 씨를 뿌리고 꽃을 피워 오늘날에 이르렀다는 것. 그가 생전 창조한 캐릭터는 `아톰'등 무려 1천여종이나 된다.
그의 뒤를 이은 숱한 후배 만화가들도 오늘날의 일본 만화공화국을 건설한 주역일꾼들이다. 여기다 일본정부는 자국 만화를 세계적인 경쟁상품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조직적 노력을 전개했다.
오늘날의 `저패니메이션'은 어느날 하늘에서 떨어진 과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반면 국내 만화산업의 현황은 어떤가.저자는 "팔 다리 몸통은 있지만 머리가 없다"는 말로 비판한다.
박씨는 대안을 제시한다. 발상의 전환을 하여 만화산업을 육성하자는 것이다.
"만화와 만화 파생산업은 창조, 경쟁력으로 중무장한 선도 산업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물론 기업과 정부의 노력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