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 설원위의 안전 파수꾼
기사입력 1997년 01월 25일 15시 12분
50세의 다른 이름은 지천명(知天命). 그 나이쯤 되면 산전수전 다 겪어 하늘의 순리를 깨우치게 된다는 의미다. 인생의 황혼기 문턱에 접어든 중년의 신사가 30년간 다니던 직장을 버리고 젊은이들 속으로 뛰어들었다. 대명 홍천스키장 패트롤 정대균씨(52). 모기업 부장이었던 정씨가 엉뚱하게도 국내 최고령 패트롤이 된 것은 지난해 12월. "스키가 무조건 좋았습니다. 그래서 스키장에서 일할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지요." 스키 입문 4년째인 그는 스키의 매력에 흠뻑 빠져 겨울이면 스키장에서 살다시피한 덕분에 이미 상급 스키어였다. 마침 대명스키장에서 견습 패트롤을 모집한다는 얘기를 들은 정씨는 당장 사표를 던지고 홍천행을 결행했다. 스키장측은 나이든 `스키광(狂)'의 난데없는 등장에 난색을 표명했으나 결국 두손을 들고 말았다. 젊어서부터 즐겨온 수상스키와 골프 덕분에 운동감각이 남다른 정씨는 50대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안정된 스키능력과 함께 불타오르는 도전의욕을 갖고 있었던 것. 요즘 대명은 정씨의 덕을 많이 보고 있다. 젊은 패트롤의 지시는 한 귀로 흘려버리고 무조건 상급자 코스로 올라가 위험한 직활강을 하는 `인간폭탄'이나 음주스키어 등 골치아픈 문제들도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정씨가 나서면 점잖은 말 한마디로 손쉽게 해결되곤 하기 때문이다. 정씨는 요즘 근무가 끝나자마자 숙소에 틀어박혀 오는 3월 스키패트롤 자격증 시험에 대비한 공부를 하느라 바쁘다. 기어이 정식 패트롤이 돼서 체력이 허락할 때까지 눈 위에서 살겠다는 것이 `늙은 오빠' 정씨의 각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