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이야기] 인내천 (2)
기사입력 1997년 01월 21일 15시 42분
다들 뭔가 신령스러운 기운이 다가옴을 느끼는 것 같았다. 내 눈에는 삼불봉 전체가 벌겋게 보이기 시작했다.마치 산불이라도 난 듯 온 산이 붉은 기운으로 환해졌다. 귀에서는 너무너무 아름답고 감미로운 음악소리가 들려 왔다.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듣는 소리였다.빛은 점점 더 밝고 붉어졌다."언니, 아주 호화찬란한 빛이 나지? 관세음 보살님이야. 빛으로 턱타고 내려오시는 거야. 알았어? 관세음 보살님이 오신다구..."동자는 좋아라 하며 덩실덩실 춤을 췄다. 사람들은 난데없이 내가 춤을 춰대니까 기도하다가 미쳤다는 표정들이였다."애기야! 애기야!" 관세음 보살이 삼불봉 절벽 위에 서서 나를 부르고 계셨다."아휴, 관세음 보살님. 여기까지 어떻게 오셨어요?" "왜 못오냐. 왜 못오냐. 나를 똑바로 쳐다봐라."얼굴을 똑바로 하고 눈을 쳐다보라 했다. 관세음보살의 눈을 보니가 오색빛이 찬란하면서 커지는 것이다. 그 이쁜 눈이 커졌다 작아졌다가 하면서...이른바 관세음보살님을 난생 처음으로 친견(親見)하는 순산이였다. 옆으로는 선녀같은 시녀들이 여러 명 따라왔고 뒤편에는 날개같이 부드러운 옷을 입은 사람들이 약 1천명이 넘게 줄을 이어 서있었다."너는 내 소리가 들리느냐?" "네, 네, 네..." "그럼 너는 지금부터 큰절, 도량 구경을 떠나라. 큰 스님을 한분 만나게 될 것이야..."단지 이 한마디 말씀만 남기고 관세음 보살님은 작아지더니 빛과 함께 없어지고 말았다.나는 산꼭대기에서 하염없이 울었다. 너무너무 허전했다.사람들은 내가 혼자 거이거이 울어대니가 완전히 돈 사람으로 취급했다. 이 추운 날에 찬물에 목욕하고 기도하더니만 완전히 미쳐버린 것으로 착각했는데 더구나 냐가 울음을 그치고 사람들에게관세음 보살님을 봤느냐고, 하늘의 그 아름다운 음악소리를 들었느냐고 묻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됐다. 나 혼자만 본것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