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숙] 에이즈 복수극 소동 그때 그여인
기사입력 1997년 01월 21일 15시 26분
기억력이 좋은 사람은 94년7월, 몇몇 신문에 났던 놀라운 기사 하나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기사들은 " 양성반응을 받은 30대 여자가 8년동안 술집-다방에서 접대부로 일하면서 수시로 손님들과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로 시작됐다. 선정적인 제목을 뽑기 좋아하는 잡지들은 뒤를 이어 사건을 `제2의 복수극'으로 몰아갔다. 사람들은 `웅진여성' 창간호의 ` 복수극 사건'을 자연스레 떠올렸고 한 여자의 인생은 망가져버리고 말았다. 그 ` 복수극'의 주인공이 사건의 진실과 자신의 삶을 밝힌 소설 `세상 끝에 선 여자'(한뜻출판사)를 펴냈다. 정민숙씨(35). `정모 여인'이라는 익명, 혹은 `서현주'라는 가명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여자다. 그녀가 대필작가의 소설을 통해 고백하고 있는 진실은 몸소리가 쳐질 정도다. 그녀는 접대부 생활을 하던 87년 보건증 갱신을 위해 검사를 받았고, 양성판정을 받았다. 그 뒤로도 그녀는 몇차례에 걸쳐 검사를 더 받았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무지 때문에 무슨 성병이려니하고 대수롭잖게 여겼던 것. 94년 그녀는 과거에 일했던 업소주인의 고소로 사기죄에 연루돼 구속됐고, 조사과정에서 87년의 양성판정 병력이 드러났다. 신문과 잡지들은 일제히 "정모 여인이 남자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감염자이면서도 접대부 생활을 계속했다"고 기사를 썼다. 그러나 그녀가 과연 양성이었느냐는 의문. 보건당국의 검사결과를 보면 87년4월부터 93년11월까지 양성_음성_양성_음성_음성으로 나와있다. 쉽게 말하면 `음성＝정상인' `양성＝감염자'다. 그런데 5번의 검사 중 양성판정이 2번, 음성판정이 3번 나왔으니 보건당국이 착오를 일으켰다는 혐의를 지울 수 없다. 정작 비극적인 사실은 그녀가 95년2월부터 퇴치운동을 하는 한 감염자 남성(43)과 동거에 들어갔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감염자라고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던 탓. 마침내 자신도 감염자가 되고 말았다. 불과 3개월 뒤였다. 어쩌면 그녀는 현대판 `여자의 일생'을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그녀는 11세때 문방구집 수양딸로 들어가 식모생활을 하다 수양할아버지와 중학생 삼촌에게 유린당했다. 가출 뒤 그녀는 타고난 미모와 1@70이나 되는 늘씬한 몸매로 미8군 무용수가 되어 한동안 이름을 날리기도 했지만, 곧 이곳 저곳을 떠도는 밤무대 스트립걸이 되었다. 접대부가 된 것은 최후의 생활방편이었다. 그녀는 지금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준비중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의원, 무료변론을 자청하고 나선 임영화 변호사 등이 그녀의 지원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