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천원전]○윤현석4단●김석흥2단
기사입력 1997년 01월 19일 17시 11분
제5보（101∼134）＝강한 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자가 강한 것이라는 말이 있다. 비정한 승부 세계의 단면을 표현한 말이다. 그만큼 프로의 승부 세계에선 이기는 것, 즉 결과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결과가 좋으면 중간 과정은 충분히 미화될 수도 있다. 완착이나 발 느린 수가 `두터운 수'로 포장될 수도 있고, 비 상식적인 수 조차 `독특한 감각'으로 생색을 내게 마련이다. 거꾸로 결과가 나쁘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수들조차 검토의 도마 위에 놓여 칼질을 당하기 십상이다. 전보에서 흑은 우하 일대를 확실히 집으로 굳혀 편안히 국면을 이끌 수 있었다. 그것을 외면하고 중앙 흑 말의 안위에 더 신경을 썼기 때문에 지금 국면에 한바탕 회오리가 일고 있다. 흑 1 이하 쫓고 쫓기는 양상. 이렇게까지 된 이유는 흑으로선 두텁다고 두어놓은 ▲들 때문이었다. 이 판을 흑이 이긴다면 몰라도 패하기라도 하는 날이면 흑 ▲들은 필히 도마 위에 놓일 신세들. 백 4∼8은 수순. 백 4로 먼저 8에 들여다 보면 흑은 9에 잇지 않고 `가' 백 `나', 흑 `다'의 쌍립으로 응수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렇게 두었다간 백 `라' 거꾸로 쌍립을 당해 흑이 택할 수 없는 선택. 15까지 피차 안정을 찾아 일단락. 백으로선 우하 일대를 파괴한 만큼 충분한 성과가 있었고 흑은 중앙이 조금 두터워졌을 뿐이다. 그렇다고 이것으로 국면이 역전된 것은 물론 아니다. 흑 33도 국면이 좋다고 보고 자중한 수. 흑 1로 차단해 중앙 백 일단을 수중에 넣고 싶은 곳. 6까지 패가 되나 흑도 중앙에 선 실리를 벌고 있어 해봄직 하지않았을까. 팻감 관계가 매우 복잡한 국면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