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이야기] 귀신과 정신병 (3)
기사입력 1997년 01월 17일 16시 16분
이 글을 누가 썼을까? 내가 썼다. 그러나 정말 내가 썼을까? 나는 이 소설을 쓸 때 이렇게 구성되고 진행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저 그때 느낌에 충실해서 써내려갔을 뿐이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누나를 만나고 누나에게 모든 칭송을 바친 것이다. 무속인들의 얘기대로 느낌이 영적인 기운이라면 이 글에는 어쩌면 누나의 영이 실려서 이렇게 진행됐는 지도 모른다. 훗날에 안 사실이지만 나는 입원해서 정신없는 가운데 누나에게 편지도 썼다고 하니 말이다. 무속인 심진송씨는 `또 하나의 세상'이라는 책에서 나를 지극히 사랑하는 두 영이 나를 따라다니며 도와준다고 진술했다. 아버지와 증조부 영이 나를 따라다닌다는 것이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알 수 없는 어떤 힘이 나를 도와준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겁없이 부딪치다 보면 의외로 쉽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것을 나는 무의식의 무한한 힘에 확신을 가져 부딪치다 보니 무의식의 잠재 능력이 떠올라 해결해 준 것으로 이해했는데, 무속인들의 관점에서 보면 영혼들이 도와준 것이다. 그렇다면 무의식에 사로잡혀 의식이 해체되는 적 상태는 무속적인 관점에서 보면 귀신에 사로잡혀 정신이 나간 것일 게다. 실제로 내가 치료하는 환자들 중에는 자기가 본 것을 현실에서 확인하려고 무진 애를 쓰지만 확인이 되지 않아 오랜시간 혼자 끙끙 앓으며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기는 분명히 보고 듣고 느꼈는데 아무도 그것을 인정해 주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병적인 와중에서 만난 그 여자분도 실제 인물을 느낀 것이 아니라 그 인물 앞에 씌워진 영혼을 느꼈는 지도 모른다. 누나와 비슷한…. 프로이트는 이러한 현상을 눈뜨고 꿈꾸는 것으로 이해했지만 단순히 그렇게만 해석하기에는 너무나 신비롭고 궁금한 것들이 많다. 그래서 무속에서 귀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에 맞게 여러가지 처방을 내리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이런 현상에 대해 나름대로 무게를 두고 접근하는 학파는 분석심리학이다. 언젠가 분석심리학회 모임에서 어떤 교수님이 "서양에서 어떤 분석심리학자들은 원형(집단무의식의 상)은 우리 마음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밖에서도 가능하다고 본다. 즉 귀신이 있다는 것이다"는 말씀을 하셨는 데 인상적이었다. 에 걸렸을 때나 사랑의 고통에 휘말려 얼음 구덩이 속에 빠진 것같이 괴로울 때 곰곰 생각해 보면 떠오르는 영혼들이 많다. 평생 외롭게 사신 사촌형, 누나, 큰엄마, 외삼촌, 두 아이 등…. 그러나 이런 것을 주장하다가는 정신과에서는 파문감일테니 나는 단지 이야기나 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