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효춘] 이창호 앞에만 서면 왜 나는 작아지는가
기사입력 1997년 01월 12일 15시 01분
`왜 난 또 이창호야?' 중국 최강 마효춘 9단이 올해도 이창호 9단과의 악연이 계속되자, 분통이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마9단은 올 첫 국제전인 지난 9일 제8기 동양증권배 대회장에서 열린 8강 추첨에서 `또' 이창호 9단을 뽑았다. 마 9단은 얼굴이 일그러졌고, 반면 이날 16강전에서 가토 마사오 9단에게 거의 졌던 바둑을 건졌던 이창호 9단은 느긋한 표정. 지난 95년 세계2관왕(동양증권배, 후지쓰배)의 주인공이었던 마 9단은 지난해에는 세계 대회 무관에 그쳤다. 주요 길목마다 발목을 낚아챈 `웬수'가 바로 돌부처 이창호 9단. 마 9단은 지난해 우승상금 1억원의 제7기 동양증권배 결승(2∼3월)에서 돌부처에 해딩했으나, 1대3으로 주저앉았다. 이때의 충격이 너무 컸는지 이후 4판을 내리 졌다. 후지쓰배 결승에서 지고, 96세계바둑최강전에서는 2판 연거푸 지고, 제1회 배 세계기왕전에서는 준결승에서 졌다. 대회마다 그것도 모두 억대짜리 우승상금을 눈앞에 두고 무너졌으니, 가히 `이창호 공포증'에 시달릴 만하다. 마 9단은 지난해 배 8강 대진추첨장에서 한국기원측에 강력 이의를 제기했다. "한국선수단을 먼저 추첨한 뒤 해외 기사를 나중에 추첨하는데, 그러지 말고 섞어서 추첨하자"는 것. `자국선수끼리의 대국은 피한다'는 관례에도 불구하고 마 9단의 난데없는 이의 제기에 놀란 관계자들은 "마 9단이 이창호가 무섭긴 무서운가 봐"하며 쑥덕거렸다. 이에 대해 추첨진행자는 대신 중국 기사를 먼저 추첨하도록 하겠다며 일본측 고바야시 사토루 9단의 양해를 얻어 마 9단을 중간에 추첨시켰다. 마 9단은 그 덕분인지 8강에서 한국의 신예기사 김승준5단을 뽑아 이겼으나, 멀리 못가 4강에서 결국 이창호에게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이창호 대 마효춘의 역대 전적은 11승3패. 9단이 국내에서 이창호 9단에게 당한 이상으로, 바깥에선 유독 마효춘 9단이 이창호 9단의 동네북인 셈이다. 다음달 13일 서울에서 8강전을 치르는 동양증권배의 여신은 이제 한번쯤 마효춘 9단의 손을 들어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