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3분 스피치 진땀 '야구보다 어렵네'
기사입력 1997년 01월 10일 15시 41분
"3분이 이렇게 길다니…." 9일 밤, 경기도 이천의 인화원 대강당에서는 의 96∼97신인 23명이 공포의 `3분 고문'에 비지땀을 흘렸다. 단상에 나가 정확히 3분동안 자기소개와 포부를 발표하는 것이 이날 밤의 마지막 과제. 딸깍딸깍 초시계 소리와 꼴깍꼴깍 침삼키는 소리속에 3분을 채우기 위한 갖가지 편법이 등장했다. 고졸신인 김민기（투수）는 시시콜콜한 주소를 잔뜩 외웠다. "XX구 XX동에서 태어나, XX구 XX동에 위치한 XX학교를 다니고…." 2분만에 싱겁게 발표를 끝낸 전승남（투수）은 남은 시간을 `눈오는 밤' 독창으로 땜질. "예쁜 여자친구가 야구선수를 좋아하길래 야구를 시작했다"는 임진수（투수）는 느릿느릿 "사랑해요, "를 읊어 간신히 시간을 맞췄다. 대학교때 갑상선 항진증을 앓은 안재만（내야수）은 시간이 철철 남아 고전이 예상됐으나, 코치가 돌연 "요즘은 병세가 어떻냐"고 물어 이에 대답하다 3분을 채우는 행운을 얻었다. 연설이 전공인 새내기도 있다. 신물나게 인터뷰 세례를 겪은 `슈퍼루키' 임선동（투수）은 여유있는 몸짓까지 곁들이며 걸출한 입담을 풀어 놓다가 3분을 알리는 `삐' 소리가 울리자 "내 얘기는 원래 3박4일을 해도 모자란다"며 능청스럽게 연설을 마무리. 똑소리 나는 새내기 손지환（내야수）은 깨알같이 준비한 `연설문'을 또박또박 읽다가 "많이 지켜봐 주십시오"라는 마지막 문장을 마침과 동시에 `삐'소리가 울려 초침같은 정확성을 자랑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