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경] 2년투병후 다시선 무대
기사입력 1997년 01월 10일 15시 40분
대학로 두레극장에서 공연중인 공연기획 이다의 초청공연 `너도 먹고 물러나라'(윤대성 작, 연출). 지난 73년 이정희 출연으로 초연, 화제를 모은 작품을 23년만에 다시 공연하고 있는 무대다. 작품내용을 요즘 시대에 맞게 수정, 세상의 모습을 풍자와 익살로 그려내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은 이경희와 함께 재치있는 대사와 코믹한 장면으로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 웃음이 넘치는 공연장에 의 아내인 배우 윤소정과 딸 오지혜가 찾았다. 오지혜:아빠, 힘드시죠? :힘들긴? 환갑의 나이에도 무대에 선다는 설렘, 그 설렘을 늘 간직하고 있지. 역시 배우는 무대 위에서 관객들과 만나는 게 신나는 일이야. 오지혜:여섯살 때 이 작품을 보았어요. 너무 어려서 대사 중에 오줌누는 이야기 등이 조금 기억나요. 그때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말에 대한 여유가 조금 생겼다는 거지. 연극에선 역시 언어가 대단히 중요하지. 관객들에게 정서를 전달하는 방법 중 가장 중요한 게 언어지. 오지혜:저는 아빠의 연극을 보는 시점이 아니라, 후배로서 선배의 연극을 보는 자세로 관극했어요. 지금은 거의 사라진 희귀하다고 할 수 있는 사설조의 대사가 매력적이었어요. 윤소정:그래? 나는 같은 배우의 입장이 아니라 남편이라는 관점에서 공연을 관람했는데…. 아내와 딸의 차이가 바로 여기에 있네(웃음). (은 지난 94년부터 만 2년동안 투병생활을 해왔다. 이번 무대는 오랜 병마와의 싸움을 끝내고 다시 무대에 선 작품이다) 오지혜:우리는 언제나 관객들에게 감사해야 해요. 그런 점에서 냉정해져야 해요. 관객들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극장까지 오잖아요. 얼마나 고마운가요? 윤소정:두말하면 잔소리지. 관객들에게 늘 감사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연극을 해야 해. 그런데 몇년만에 무대에 서 좋아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니까 색다른 감회가 밀려왔어. 연극관객이 아닌 아내로서 눈물만 나오더라구. 오지혜:그래요. 아빠가 다시 무대에 섰다는 것은 우리 가족 모두에게 큰 기쁨이에요.(과 윤소정 오지혜 그리고 같이 출연하는 이경희는 잠시 울먹해졌다) 이경희:첫날 공연을 하고 나서는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감격스러웠어요. 시아버지같은 오선생님과 처음으로 한 무대에서 호흡을 맞추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죠. 그 까닭은 배우는 바로 무대 위에서 살아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기 때문이죠. :이 공연을 준비할 때 걱정이 앞섰지요. 예전의 에너지를 회복할 수 있을까하는 점에서요. 그런데 주위의 도움 특히 관객들의 성원이 큰 힘이 됐어요. 오지혜:공연과 관련돼 재미있는 일 없었어요? :이 나이에, 팬레터 한통 받았지(웃음). 노인네였어. 편지내용은 날 더러 무대 위에서 좀 신나게 놀라는 거였어. 좋은 충고였지. 오지혜:점쟁이 김판수와 돈에 팔려다니는 여자 모조리네를 통해 우리 사회의 물질만능을 비판하고 인간의 심연속에 있는 본능을 담아내고 있는 게 특징이에요. 그런데 피날레 장면이 석연치 않은 느낌을 주는데…. :인정해요. 하다마는 것 같다는 것…. 웅덩이에 버린 아이들을 해결못한 게 가장 큰 문제예요. 윤소정:결론이 찝찝하게 끝나는 것 같은 느낌은 저도 동감이에요. :이거 뭐, 관객보다 더 냉정한 것 같아. 다듬어 보겠어요. 관객들을 위해서. 오지혜:그래요 아빠. 우리는 관객을 짝사랑하는 사람들이니까요. (`너도 먹고 물러나라'는 19일까지. 평일 오후 7시30분. 토 오후 4시30분, 7시30분. 일 오후 4시30분) (02)3673－079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