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무주는 스키시즌 아닌가?
기사입력 1997년 01월 06일 14시 24분
무주의 스키시즌이 실종(?)됐다.
무주리조트가 개장한 지 달포가 지난 6일까지도 겨우 4면의 슬로프
밖에 열지 않고 있어 주요고객인 영호남권 스키어들의 원성이 높다.
전북 무주군 설천면 덕유산 자락에 있는 무주리조트의 슬로프 수는 모두
36면.
동계U대회를 치른다는 명분으로 덕유산을 또 다시
헐어 개발한 피크II 지역의 슬로프를 포함한 것으로 단연 국내 최대규모다.
그러나 현재 가동 중인 슬로프는 4개 코스로 전체의 9분의 1에 불과하다.
강원권은 물론 수도권 스키장들까지 슬로프를 100% 연 것을 감안하면 국내
최대규모의 스키리조트라는 표현이 무색할 지경이다.
이 때문에 무주는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콩나물 시루.
단 2분의 활강을 위해 1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하고 장터처럼 북적대는
슬로프에서는 충돌사고로 인한 크고 작은 부상이 빈발하고 있다.
또 U대회 마무리공사로 곳곳이 진흙투성이여서 PC통신에는 "무주에서는
공사판 한귀퉁이에서 눈썰매를 타는 기분"이라는 글이 게재될 정도.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인근 도시의 스키어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무주를 찾고 있으나 최근들어 불만은 폭발 수위에 이르렀다.
이들이 가장 분통을 터뜨리는 부분은 회원과 비회원간의 심각한 차별 대우다.
회원들은 따로 마련된 줄로 20∼30명씩 리프트에 탑승할 동안 내장객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비회원들은 4∼5명밖에 탈 수 없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 같은 차별대우가 형편 없는 서비스와 맞물리며 최근에는 비회원들이 집단
항의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또 회원권을 갖고 있으면서도 방 얻기가 하늘의 별따기여서 회원들도
볼멘소리를 내는 것은 마찬가지다.
사태가 이쯤되자 무주측은 당초 국내 최고수준인 4만원을 받으려던
리프트 요금을 3만8천원으로 내렸다가 올들어 다시 20% 할인한 3만4백원으로
서둘러 조정했다.
무주리조트의 한 고위관계자는 "그동안 기온이 높았던데다 U대회 준비에
치중하다보니 그렇게 됐다"고 해명했지만 스키어들의 불만을 해소시켜줄
만한 확실한 대안은 여전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실종된 무주의 스키 시즌이 언제나 시작될는지 두고 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