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오렌지족도 불경기 한파
기사입력 1996년 09월 23일 16시 31분
**용돈-수입 급감 거품족 변신 "버블족을 아십니까." 불황시대 맞아 버블족이 등장, 신드롬을 방불케 하고 있다. '버블(Bubble)족'이란 '거품족'을 일컫는 것으로 일종의 불황시대의 오렌지족. 경기가 좋아 주머니가 두둑할 때는 잘 나가는 '오렌지족'으로 갖출 것은 다 구비하고 있지만 불경기가 엄습하고 있는 요즘엔 구색을 다 갖춘 오렌지행세를 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은 게 사실. 조세형군(22·D대 3년)은 "부모님에게서의 용돈이 절반으로 줄어들어 이제 돈을 물쓰듯 하던 시대는 지났다"면서 "평소에 돈을 아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거품과 같이 부풀려 과시하지 않으면 경쟁이 치열한 한밤의 헌팅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민영군(21·S대 2년)도 "얼마전까지만 해도 과외 아르바이트를 3개해 한달에 1백만원 넘게 벌어 풍족한 생활을 했었으나 불경기가 심한 요즘엔 아르바이트 자리가 하나로 줄어든데다 단가마저 내릴 형편이어서 예년의 생활수준을 유지하기란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1주일에 2∼3회정도 나이트클럽에 들러 부킹을 즐겼으나 요즘엔 한달에 한번 가는 것도 어렵게 된 것은 물론, 잘 나가던 친구들도 씀씀이를 줄이기는 마찬가지라는 게 이군의 얘기. 이에 따라 고급양주와 안주로 테이블을 가득 채워 재력을 과시하는 오렌지족들로 붐볐던 유명 호텔 나이트클럽이 썰렁해지고 있으며 띄엄띄엄 앉아 있는 손님들의 테이블 위에 놓인 주류나 안주 역시 간소화되고 있다. S나이트클럽의 웨이터인 김모씨(26)는 "요즘들어 고급양주나 고급안주 중 하나를 선택하고 서비스를 요구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고급양주를 주문한 남자손님과 푸짐한 안주를 선택한 여자손님들간의 부킹이 일반화되고 있는데 이를 버블팅으로 부르고 있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나이트클럽이나 카페에서 부킹이 됐을 때 단란주점이나 노래방 등으로 2차를 가고 '3차'를 가는 게 일반적이었으나 이제는 바로 교외로 빠지는 인스턴트 커플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상태. 이들은 의상 역시 유명상표를 거의 매일같이 바꿔입고 다니던 예년과는 달리 한두벌의 고가 유명의상만을 구입, 매일같이 입고 다니는 등 '거품'을 이용한 경기침체 탈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