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96프로야구] (4)뒷걸음질 자율야구 ♣
기사입력 1996년 09월 20일 14시 52분
**선두주자 이광호나 전감독 중도하차 잰걸음으로 달려오던 `자율야구'가 멈칫한 반면 `관리야구'가 활개를 친 해였다.
의 영향을 받은 자율야구는 의미의 모호함에도 불구하고 2~3년 전부터 한국야구의 한 기류로 인정돼 왔다.
체력관리와 플레이중 선수 스스로가 책임과 창의력을 가지며 통제는 극히 배제한다는 뜻의 자율야구는 전임감독인 씨가 선두주자였다.
하지만 이광환씨는 지난 7월24일 감독에서 해임됐다.
구단의 해고사유는 "선수-코치-감독의 신뢰가 무너졌다"는 것이었다.
는 92년 이씨를 영입하며 "그룹의 자율경영과 자율야구가 잘 맞아 떨어진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그러나 는 결국 이씨를 시즌중 해고시키는 강수를 둠으로써 기업경영의 `자율'과 스포츠의 `자율'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 됐다.
천보성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쥔 는 최근 휴일까지 없앨 정도로 단체훈련시간을 대폭 늘렸고, 예전과는 다른 팀컬러를 모색하고 있다.
반면 스파르트식 훈련과 철저한 통계에 의존한 경기운영으로 `관리야구'의 대명사로 알려진 쌍방울 감독은 올시즌 대성공의 연속이었다.
91년 페넌트레이스에 뛰어든 후발주자 쌍방울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며 각종 팀 신기록들을 단번에 갈아치웠다.
일본야구에 젖은 재일동포 출신 `야구'는 겨울훈련부터 와는 달랐다.
휴식없는 지독한 훈련에 선수들은 겨울내내 입에서 단내를 풍겼고, 잘 조련된 군대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와 비슷한 팀 분위기인 롯데 OB의 올시즌 몰락도 `자율야구'에 대한 회의를 더욱 짙게 만들었다.
그러나 `카리스마'의 지도스타일로 통하는 감독이 이끈 삼성의 포스트시즌 낙오는 `관리야구'의 또다른 해석을 낳게 했다.
감독을 경질한 는 `신뢰가 무너졌다'는 표현을 했지만 삼성에선 `감독-선수의 불화설'이 시즌내내 불거져 나왔다.
삼성의 경우는 감독이 선수의 개성을 무시하는 듯한 통제 방법만으론 승리의 기초인 응집력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암시해 줬다.
자율야구도 전임감독의 말년에 이르러선 애초의 개념이 퇴색됐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부쩍 늘어난 작전, 선수 코치들에 대한 심한 질책 등이 그것.
그러나 93년 이후 3년연속 포스트시즌에 나간 야구의 틀을 이룬 `자율야구'는 과소평가 될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올시즌은 `관리'와 `자율'은 동전 앞뒷면과 같은 것이며, `자율없는 관리'와 `관리없는 자율'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일깨워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