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천원전] ○이창호9단 ●안관욱 4단 ♣
기사입력 1996년 09월 18일 15시 15분
## 본선 토너먼트 제10국 제10보. (115~144) = 백 116 때 흑 1로 끊는 반발수단은 없을까. 얼핏 보면 백 2 다음 흑 3으로 단수쳐 수가 날 것 같지만 백 4(●의 곳)로 이어 아무 일도 없다. 노타임으로 이어지는 수순. 두 사람은 이미 승부의 결과를 짐작하고 있다. 하변 흑진이 무너지는 순간 `백의 승리'는 확정된 것이나 다름 없다. 그런데도 터벅터벅 걸음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패배를 확인하는 절차만은 아니다. 기왕에 1인자와 부딪쳤으니 승부를 떠나 1인자만이 가진 무엇인가를 얻고 싶다는 뜻일 터. 흑 119로 갈라 백 한점을 품겠다고 하니 백은 `그럽시다'하며 120으로 밀어서 한점을 싹싹하게 버린다. 안 4단은 끝까지 두기로 마음을 정한 모양이다. 흑 123으로 붙여 우상귀를 최대한 불려 놓고 본다. 승부를 떠나 최선을 다하는 자세. 그것은 승부에 연연해 던지지 못하는 욕심(?)이 결코 아니다. 그것은 모든 프로들이 가져야 할 사명인 것이다. 아마추어들은 프로의 그런 모습을 사랑한다. 백 136도 큰 수이며, 백 144가 반상최대. 여기에 이르러서는 웬만한 아마추어가 보더라도 흑이 형세를 뒤엎을 수 없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하의 수순은 총보로 넘기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