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 나이트]
기사입력 1996년 09월 11일 14시 15분
지난 여름 우리말 `'이 아닌 진짜 `'을 다시 가 볼 수 있었는데 현지의 교민들이 최근에 있었던 아주 아름다운 사랑사건이라며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그런데 필자의 생각으로는 아름답긴 커녕 참으로 이상하고 희한하기 이를 데 없는 스토리였을 뿐였다.
태국에서는 대다수 사람들이 한번쯤은 승려가 되는데(*남자의 경우 의무이고)여자들도 비구니를 거치면서 불심을 배운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태국사람들에게서 가지려고만 하지 않고 베푸는 걸 최고의 미덕으로 알고 사는 걸 볼 수 있었다.
앞서 말한 뜨거운 사랑얘기나 빨리 하라구?
비구니 때 친구가 된 두 아가씨가 일생동안 모든걸 공유하고 나눠가지며 살자는 맹세를 했는데 무슨 신의 장난였는지 그들이 따로 사랑한 남자가 같은 사람였다지. 그녀들은 최근 결정을 내리길 한남자와 결혼을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시민들의 즐거운 화제였다. 우리는 어떨까? 과연 친한 친구와 사랑하는 사람도 함께 가질 수 있을까.
어림없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경우, 친한 친구가 내 아내나 남편과 다정히 말만 주고 받는 눈치여도 머리에 김이 솟질 않는가.
가끔 그런 띨띨이가 없는 건 아니지만.
병원 내과에 한 남자가 와서 진찰을 받는다.
"원장님! 제 친구 영철이와 아내가 심히 수상쩍습니다. 문제는 심증이 가나 물증이 없다는 겁니다. 현장을 잡진 못했습니다."
상담을 받는 의사가 갸우뚱한다.
"전 영철이와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려 술을 한잔하자고 했습니다. 술을 주거니 받거니 했지만 전 차마 그 말을 꺼내지 못했고 영철인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모른척하더군요. 만나면 술만 마시고 헤어지고 이러길 한달 쨉니다."
짜증스런 표정으로 남자의 말을 듣던 의사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 봐요! 그런 일이라면 가정문제상담소나 변호사 사무실로 가시오. 우리 병원의 정신과를 찾든지…."
"그게 아니라… 그렇게 한달씩이나 술을 마셔도 간이 괜찮을지 여쭤 보는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