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소설] Love Love Love......이규형(90)
기사입력 1996년 09월 06일 14시 36분
|||||| 물장사 이야기 (26) ||||||. ‘물이 갔다’는 말이 있다. 물장사는 물이 가면 끝이다. 한번 물이흐려진 곳은 다시 복구하기 힘들다.
수많은 물장사들이 물이 갔을 때 이름을 바꾸고 신장개업을 하고 일할 사람을 바꾸고들 하지만 큰 효과가 없다.
물장사는 가수와 같다. 한번 인기가 간 가수는 다시 인기가수가 되기 힘들다. 그런 가수가 누가 있는가 꼽아보면 안다. 그녀는 ‘케네디’에서 그런 기미를 느꼈다. 워낙에 다른 술집들이랑 틀리게 하려 노력한만큼 아직 물이 흐려질 정도는 아니다.
어찌 생각하면 오래 버티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6개월간 매상은거의 떨어지지 않고 잘 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번 겨울을 넘기면 이 가게도 물이 간다는 걸 그녀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건 계절이 바뀔때 어느 순간 ‘아! 며칠후면 가을이 오겠구나’하는 식으로 체감되는 것과 똑같다. ‘케네디’가 물이 가게 된 근본적 원인은 그녀에게 있었다.
사랑에눈이 멀면 분명 어딘가 커다란 구멍이 뚫리게 되어 있다.
처음 시작할때 처럼 그녀 나름데로 가게를 잘 꾸려내곤 있지만 물은 그녀가 딴 생각하는 동안 흐려지고 있었다. 그래서 어느날 언니를 찾아갔다. 자기와는 전혀 틀린 타입의 가정적인 여자. 어릴때 부터 성격이 틀리고 행동반경도 틀린 이 언니는 동생을늘 걱정했다. 그녀가 물장사 세계에 발을 디딜 때도 거의 사정하다시피 말리던 여자다. 그래 가지고 시집 어떻게 갈까, 그러면서 울고 불던 친언니. 하긴집안의 경제적 어려움도 없었고 대학도 버젓이 나온 여자애가 술과 남자와 밤세계에서 살겠다는 게 꼭 친언니가 아니라도 보통사람들에겐 쉽게이해될 사항은 아니다. "언니, 형부가 바람 핀 적 있어?". "아니, 왜? 어디서 무슨 말 들었니?". 불시에 낮에 들이다쳐 해대는 질문에 언니는 기겁을 했다. "아냐, 언니 얘기가 아니고 내 얘기야. 나 지금 사랑에 빠진 것 같은데 언니가 좀 도와줘야겠어.". "그래 잘 됐다. 결혼해라 얘. 빨리 그놈의 술장사 관두고 좋은 사람나타났을 때 시집 가.". 2년전 결혼해서 아기 하나를 키우는 언니는 행복해 보인다. 과장으로갓 진급한 중소기업의 샐러리맨 형부는 착하고 건실한 남자다. "좋은 남자인 건 확실한데 유부남이야.". 언니는 기겁했다. "아이고 이 미친 것아. 넌 결국 그렇게 가는구나.". "언니 오늘은 내 얘기좀 들어 줘. 언니같으면 형부가 바람피우는 걸알고 서도 모른채 하면서 살 수 있어? 이상하게 내가 사귀는 남자 부인은묵묵부답이야.". 언니같으면 당연히 부부싸움 하고 난리치리라 생각하며 질문했다. "나도 모른 채 할 거야. 만약 그거 가지고 싸우면 같이 못 살아.". 의외였다. 남편과 대판 싸우고 친정으로 애 안고 엉엉 울며 달려갈언니라 생각했는데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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