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훈기의 미국야구]
기사입력 1996년 09월 05일 14시 50분
**암투병 버틀러 '화려한 컴백' 시즌 막판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치열한 조 우승 다툼을 벌이고 있는 가 천군만마의 지원병을 얻었다. 불과 3개월 보름전 암 수술을 받은 39세의 노장 브레트 버틀러가 다시 유니폼을 입었기 때문이다.
지난 5월21일 현대 의학으로도 여전히 치명적인 질병인 암 수술을 받은 버틀러가 올시즌 다시 녹색 다이아몬드에 유니폼을 입고 정규 선수로 나서리라고 믿은 사람은 본인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웬만한 부상에서 재기도 쉽지 않은 노장 버틀러는 생명을 빼앗길지도 모르는 암 수술을 받았으니 비관론은 당연한 귀결.
그러나 `투지의 화신' 버틀러는 방사능 치료를 거쳐 개인 트레이너를 두고 뼈를 깎는 훈련을 거치면서 지난 주 다시 유니폼을 입고 팀에 합류했다.
그 뿐만 아니라 7일 홈 경기에서는 스타팅 멤버로 뛴다는 것이 확정됐다.
과연 버틀러가 최고의 1번 타자이자 중견수로서 과거의 명성만큼 뛰어 줄 것인지는 그 누구도 보장할 수 없다.
여전히 비관론이 지배적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는 버틀러가 유니폼을 입고 덕아웃에서, 클럽 하우스에서 새까만 후배들을 독려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대단한 힘을 얻고 있다.
버틀러는 경기 중 덕아웃에서 잠시도 쉬지 않는다.
안타를 치거나 득점을 하고 돌아오는 동료들이 있으면 제일 먼저 달려나가 축하를 해주고, 실수를 한 동료에게는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자신의 전공인 외야 수비와 풍부한 경험을 살려 상대 타자에 따라 수비수들의 위치를 조정하느라 고함을 지르기도 한다.
생활 15년째인 버틀러는 사실 암 수술을 받기 전부터도 이미 많은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특이한 선수였다.
1m77에 70㎏의 왜소한 체격에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운동 선수가 되기에는 많이 부족해 보이는 체격의 버틀러는 불굴의 투혼과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이용하는 노력으로 거구들 사이에서 `작은 거인'으로 군림했었다.
신기의 번트 안타, 에게 의 꿈을 심어 준 홈런 타구 낚아채기, 관중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씻어주는 3루타와 도루의 달인이던 그는 이제 암을 이긴 또 다른 인간 승리로 더욱 사랑을 받게 됐다.
빌 러셀 신임 감독은 "버틀러가 스스로 준비가 됐다면 그만"이라며 전폭적인 지지 속에 그를 7일 중견수 스타팅멤버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방사능 치료 등으로 체내의 수분이 부족해 계속해서 물을 마셔야 하는 버틀러는 외야 수비시 물병을 주머니에 꽂고 나가야 하는데 그 점에 대한 내셔널리그의 마지막 허가가 남아 있다.
그러나 가 팬들의 희망을 짓밟을 만큼 어리석지는 않기 때문에 그의 출전은 확정적이다.
운동장에서 말이라도 건네면 항상 눈을 반짝이며 진지하게 대답하고, 의 장래성을 크게 점치던 백전 노장 버틀러의 복귀가 가 파드레스를 제치고 조 우승으로 치닫는 기폭제가 될수 있을 것 같다는 기자의 생각은 감상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