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소설] Love Love Love......이규형(88)
기사입력 1996년 09월 04일 14시 35분
$$$$ 물장사 이야기 (24) $$$$ .
"우리가 만났을 당시가 내가 제일 괴로웠을 때야. 남에게 얘기도못하고 가슴이 무거워 뭔가를 저지르고 싶었어. 만화 그리는 일이 아닌 뭔가 전혀 다른 일.
그래서 가슴이 좀 트이고 스트레스도 풀 수있는 그런 일 말이야. 갑자기 술집을 하면 재미있겠다 생각했지. 그집 술을 다 마셔버려 그 술집이 망하게 하자.
그럼 좀 풀어질거다.그래서 술집을 할까 망설이고 있는 차에 누가 그 칵테일집 얘길 해 준거지. 찾아 갔더니 참으로 엄청나게 재미있는 캐릭터의 여자가 있었던 거야. 더 이상 얘길 할 필요가 어딨나? 무조건 이 여자가 생각하는 술집을 해보자고 단번에 마음먹었어.".
"안 망해서 실망하셨겠어요? 망해야 재미가 있는 건데.".
그녀가 농담처럼 애길 하는데 그는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그래서 좀 헷갈리더군, 망할 줄 알았는데… 망하고 나면 상실감을 느끼고 나와 이 젊은 여자는 로맨스에 빠질 것이다.
그게 내가구상한 진부한 스토리였거든. 그런데 이건 뭐야. ‘장난감같은 카페’, ‘케네디’ 전부 잘 됐잖아. 미스 왕이 아니라 어느새 왕사장이 돼버린 여자가 이제 나와는 점점 멀어져 가는 느낌을 받았지. 세상에 되는 일이 없군 하면서 속으로 웃었지.". 그랬구나. 그래서 이 남자는 나와 같이, 오늘같은 시간을 보내는데까지 이렇게 오래 걸렸구나. 그녀도 ‘쿡’ 웃었다. "사모님이 반대 안하셨다구요?". "그게 참 이상하단 말이야. 당연히 반대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니깐 내가 맥이 쫙 풀리는 거야. 이걸 기회로 한바탕 싸움을 하려고 했었는데.". "사모님은 알고 있는 거예요. 자기일 선생님이 다 눈치채고 있고그래서 선생님도 가슴 아프게 지내지 말고 나름대로 재미있게 살라고허락하신 거예요. 일만하고 불쌍하게 살다가 가지 말고….". "그럴까?". "난 그렇게 생각해요. 두 분 똑같은 심리가 그것 아니에요. 이제와서 어떤 이유로도 가정을 깨고 싶지 않은 것.". 그는 긍정했다.
그 부분은 결국 그런 것이다. 나는 이 남자와‘들러리 사랑’을 할수 밖에 없는 것이다. 거기에 사랑이란 이름을붙일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선생님 아까 말이죠. 과거는 과거로 돌릴 수 없다고 그러셨잖아요. 그건 날 두고 한 말인가요 물장사라는 과거?". "전혀 그런 뜻이 아닌데…난 내 얘기를 한거야. 물장사다, 호스티스라며 과거 운운하는 건 전시대에나 통하는 얘기야, 지금 젊은 세대에겐 나쁘지 않은 직업이라 생각하지. 자기보다 훨씬 신분이 높은사람들과 단번에 친해지고 자기 커리어를 10년 이상 벌수 있으니까.거기에 더해 조금만 노력하면 자기와 동시대의 어떤 여자들보다 멋지게 살수 있지. 대부분이 그 조금의 노력을 못해서 문제지만… 왕사장처럼 말이야.". 차는 이제 서서히 서울로 진입하고 있었다. 창밖엔 아직도 눈이펑펑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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