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갈'에는 누구나 시인이 된다
기사입력 1996년 09월 04일 14시 29분
짧아서 `갈'이라고도 하는 계절 가을이다.
이 계절을 말하는 많은 특징 가운데 하나는 `가을엔 누구나 시인이 된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단 한편도 쓰지 않고(등단하지도 않고)시인이라고 우기면 곤란하다.
옷도 안 입고 사는 오지의 원시인도 시인이라고
주장해도 안된다.
인정을 받건 말건 단 한편의 시라도 써야 시인이라고 하지 않겠는가!
시인들이 말하고 필자의 생각에도 시라는 것이 그리 어려운 것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시는 짧은 글로 펼쳐진 상황을 묘사하고 어떤 느낌을 설명하면 그뿐인 글이거든.
필자가 오래 전 국어교사로 교생실습을 할 때 여학교에서 받은 시 중 두편을
소개할 테니 여러분도 시를 만만하고 쉬운 거라는 생각을 갖기 바란다. 지금까지 외우고 있는 그 시의 전문은 이렇다.
제목 : 가을
여름이 오면 기다려 지고/ 겨울이 오면 그리운 계절
제목 : 달
모든 별빛 다 합쳐도 달빛보다 덜 밝다.
어떤가? 간단하면서도 그럴듯한 시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신지…?
이 정도 시라면 시시하다구? 시시(詩詩)하시다니 시 감상을 제대로 하신거다.
시가 뭐 길다고 좋은 건 아니다. `뱀'이라는 작가가 끝내 기억나지 않은
외국의 유명 시가 있는데 전문이 `너무 길다'뿐이다.
이상한 시를 많이 쓰신 우리나라의 `이상'시인의 `오감도'도 마찬가지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러오. 제2의아해….'이런 식으로 띄어쓰기 무시하고
13아해까지 가는 것이 전부다.
또 순창작이 어렵거든 약간의 흉내를 내보는 것도 시를 쓰는 한 방법이다.
성적표를 보면서 느끼는 심정을 이렇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제목 : F헤는 밤
C하나에 추억과/ C하나에 사랑과
D하나에 쓸쓸함과/ D하나에 동경과
F하나에 시와/ F하나에 아아… 어무이
어무이 어무이, 엉엉 살려 주씨요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