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호] 때늦은 홈런포 '살아있었네' ♣
기사입력 1996년 09월 02일 15시 38분
**이틀연속 대포 "20발만 넘기겠다" 지금부터 새로 시즌이 시작된다면 과연 홈런왕은 누가 될까.
모르긴 해도 OB의 `터미네이터' (31)가 강력한 후보가 될듯 싶다.
올시즌 절반 이상을 왼쪽 허벅지 부상과 싸우며 악전고투를 거듭한 덕분에 홈런왕 타이틀과는 거리가 멀어졌지만 시즌 막판 특유의 무서운 몰아치기를 보여주고 있다. 전형적인 중거리 타자에서 탈피해 작년 홈런 타점 2관왕에 오르며 완전히 터득한 `담장 넘기기' 노하우가 고스란히 살아있음을 연일 시위하는 중이다.
1일 잠실 삼성전에서 0-4로 뒤져 모두가 차임벨 울리기만 기다리고 있던 9회말 1사후 대포알 같은 시즌 18호 좌월 1점홈런을 터뜨렸다.
전날 선제홈런에 이어 이틀 연속 아치.
이 한방은 조용하던 그라운드를 뒤흔들어 3루타와 홈런 1개씩이 이어지며 OB는 9회말 3득점, 지고도 이긴 것 같은 짜릿함을 만끽했다.
홈런을 맞은 삼성 은 경기후 "바깥쪽으로 코너워크가 확실히 됐는데 끌어당겨 넘기는 걸 보고 놀랐다. 그전까지 마음이 평온했는데 생각지도 않은 공이 홈런을 맞자 가슴이 철렁했다"며 십년감수 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뒤늦게 홈런 감각을 되찾은 의 목표는 딱 하나 2년 연속 20홈런.
비록 팀도 희망이 없고 개인성적도 기대 이하지만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줄 수 있는 목표가 바로 20홈런이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