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이 쓰는 나고야통신]
기사입력 1996년 08월 30일 14시 26분
**삐끗하면 삼천포행 … 발음 고약한 일본말 처음에 일본에 와서는 마주치는 사람마다 시도 때도 없이 "오쓰, 오쓰"하길래 이게 무슨 말인가 하고 의아해 했었다. 알고보니 인사말인 `오하요 고자이마쓰'의 줄임말이다.
안면이 있는 사람에게 쓰는 격의없는 인사인데 낮인사인 `곤니치와'나 밤인사인 `곰방와'가 있어도 구분없이 쓴다.
확실히 실제 그나라에서 살면서 쓰고 배워야 발음, 상황에 따른 바른 표현, 줄임말 등을 제대로 터득할 수 있는 것같다.
발음에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할 말이 있는데 알다시피 일본어로 한국은 `강코쿠'인데 가운데 발음에 반드시 힘을 줘야 한다.
잘못 발음해 `강고쿠'라고 하면 감옥이란 뜻, "나는 한국에서 왔습니다"가 "나는 감옥에서 왔습니다"가 돼 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른다.
일본으로 가족과 함께 이사한 지가 지난 1월말이니 어느덧 7개월이 흘렀다.
지금은 간단한 일상회화도 할 수 있고, 특히 야구용어는 대부분 알아들을 수 있게 됐다.
선수들과 야구에 대한 얘기를 할 때는 아주 생소한 표현 아니고는 통역인 (최)인호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아내는 몇달전부터 일본의 가정주부에게 1주일에 2차례 정도 일본어 교습을 받고 있는데 같은 주부이다 보니 공통적인 관심사가 많다고 한다.
또 일본 노래를 배워 부르는데 특히 한자 읽기에 도움이 된다.
일본어에 능통한 사람도 경우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한자가 어렵다고 하는데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동쪽을 뜻하는 동(東)자만 해도 일본에서는 히가시, 도, 아지마 등 여러가지로 읽힌다.
그래서 이름을 한자로 쓰는 일본사람들이 건네는 명함에는 히라가나나 영문으로 표기가 돼있고, 없으면 반드시 읽어준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도 제법 일본어에 익숙해 졌다.
선생님의 말에 따르면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 말을 배우는 속도가 빠르다고 한다.
6살과 4살이니 한국말도 완전히 배웠고, 또 내년까지 2년간의 일본생활에서 일본어를 숙달해 커서 세계화 시대를 사는데 보탬이 됐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