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조훈현 9단 ●최명훈 5단
기사입력 1996년 08월 29일 16시 03분
제 1 보 (1~7)= 9단과 최명훈 5단의 대좌. 초대 천원을 향한 등정로에 가까워질수록 무명(武名)이 화려한 이름들이 하나씩, 둘씩 등장한다. 오늘 대좌한 두 사람 역시 바둑에 관심을 가진 팬이라면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강자들이다.
한시대를 풍미했다가 청출어람의 제자에게 하나 둘 왕관을 빼앗기고 이제 석양속으로 사라지는가 했더니 올들어 패왕, BC카드배, 기왕을 줄줄이 탈환해내는 저력을 보여준 9단의 기세는 `신 40대기수론'이라도 외칠 만하다.
동갑내기 이창호가 천하를 제패할 때 충암사단의 그늘에서 묵묵히 칼을 갈아온 최명훈 5단은 신예중에서 최초로 `의 벽'을 넘어 시선을 끌었던 기대주. 현재 명인전 도전무대에 올라 1인자 이창호를 상대로 2승2패, 최종국까지 가는 대등한 승부를 연출하면서 정상판도에 풍운을 일으키고 있다.
이 대국은 8강전. 최규병 7단대 조한승 초단전에 앞서 가려져야 할 승부였는데 최근 3개 타이틀을 탈환하는 등 조 9단의 국내외 대국 스케줄이 폭주하는 바람에 연기되었다.
흑 1, 3, 5는 고전(古典)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이른바 `수책류(秀策流)'. 천원전에서는 3.3포진을 비롯한 포석의 복고적 취향이 눈에 띈다. 그것이 대부분 신예들의 취향이라는 점이 더욱 가상한 일이다. 판박이 같은 화점포진에 식상한 독자들에게는 더없이 유쾌한 서비스가 될 터.
백 4는 기세다. 백 1처럼 평범하게 두면 흑 2로 굳히고 백 3에 흑 4 협공. 결과의 선악을 떠나 상대의 의도대로 끌려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게 프로들의 생리다.
백 6 걸침에 손을 돌려 흑 7의 협공. 기세와 기세가 부딪쳐 초반부터 전운이 감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