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집 남자들] 만원 사례, 간판내린다 ♣
기사입력 1996년 08월 26일 15시 09분
## 내달1일 대단원 @@ 5개월간 최고 시청률로 안방인기 독점 3월말부터 약 5개월간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2TV 주말극 `목욕탕집 남자들'이 9월 1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추운 겨울 이른 새벽, 할아버지 아들 손자 사위까지 입김을 내뿜으며 약수터로 산책가는 장면으로 시작했던 드라마는 첫 눈이 내리는 마지막 신으로 극중의 1년을 마감한다.
전형적 홈드라마인 `목욕탕~'이 시종 인기를 누려온 이유는 방송제작진들의 최고선인 `재미와 유익성'을 동시에 살리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주인공들을 통한 대사와 내용마다 작가 김수현씨의 메시지와 재미를 담으려는 세심한 배려가 있었고, 그 의도도 그대로 적중했다.
시청자들은 성실한 맏며느리 을, 깐깐한 을, 천방지축 을 보려 주말저녁을 TV수상기앞에서 보냈다.
대가족제의 성공사례를 보여주는 듯한 드라마는 부모-자식 고부 동서 자매 사돈등의 가족관계와, 이와 함께 가족테두리안에 남녀 세대간의 문제까지 용해시키는등 일상의 모든 면을 짚어 남여노소 시청자가 한자리에 모이게 했다. 또 목욕탕집의 가장인 할아버지 할머니역의 이순재-강부자가 어떻게 권위도 있고 민주적이기도 하는가를 보여줬고, 장남집과 차남집을 `공평'하게 옮겨다니는 시부모 모시는 문제를 시험하기도 했다.
세 손녀딸이 차례로 시집가는 일로 근간을 이룬 이 드라마는 그러나 눈에 거슬리는 점도 꽤 있었다.
숨돌릴 틈 없이 현란한 대사는 김수현류라 그렇다 치고, 매 대사마다 메시지를 넣으려는 강박감때문인지 때때로 부자연스레 보였다. 출연자마저 이해하지 못할 것 같은 독설도 시시때때 나와 흐뭇하게 흘러가던 드라마를 갑자기 썰렁하게 만들기도 했다. 또한 주인공들을 골고루 담으려는 의도였겠지만 딸들과 결혼한 사위들이 처가의 잡사에 끼어들어 줄줄이 처가살이를 하는듯한 장면이라든가, 늘그막의 윤여정 임신, 결혼식장에서 신부인 이 느닷없이 혼자 입장하겠다는 `여권 선언'등은 자연스럽지 못한 `돌출'로 생각된다. 전체적으로 `효'와 가족애를 재미있게 전개시킨 드라마는 사이사이 강부자 윤여정 같은 드센 캐릭터를 매개로 `여성해방' 문제를 개입시키며 여자시청자들을 후련하게 했을 법도 하다.
그래서 드라마제목 `목욕탕집 남자들'은 `목욕탕집 여자들'이 더 적당했을 것 같다.
< 이준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