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 나이트] 애매모호한 단속 기준 차이
기사입력 1996년 08월 17일 15시 12분
세숫비누회사에서는 얼굴의 기준을 좀 모호하게 잡고 있다. 머리카락이 없는 부분은 모두 얼굴이어서 비누를 써서 세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숫비누회사의 얼굴론에 맞서 샴푸회사는 머리론을 편다. 그 곳이 지금은 황폐하지만 라 부르듯 머리니 샴푸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군번 아이들은 잘 모를텐데 미니스커트의 길이를 국가가 간섭하던 시절이 있었다. 입은 건지 벗은 건지 구분이 안될만큼 짧은 똥꼬치마를 입고서도 성이 차지 않은 지금의 아이들이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저 세상에 가서나 짧은 치마 맘껏 입겠노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 깨나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 미니스커트 단속기준도 참으로 애매했다.
나중엔 경찰관이 줄자를 들고 다니기도 했지만 스커트를 봤을 때 혐오감을 일으키면 적발대상였다.
그런데 생각해 보시라. 쭉쭉빵빵 뻗은 미녀의 허연 다리는 드러날수록 보기 좋은 법이고 덜생긴 여자의 우당당탕 무다리는 거의 다 덮어도 혐오감이 드는 거 아닌가.
기준 중에서 성희롱처럼 애매모호한 것도 없다.
`모대학의 성희롱문제사건'도 한쪽 당사자(여)는 명백한 성희롱이라고 하고 다른 쪽 당사자(남)는 안성희롱이라는 주장이 팽팽해 결말이 시원하게 나지를 않았다.
성희롱의 진짜기준을 이렇게 잡고 있으니 간혹 땅을 칠만큼 억울한 사람도 생기는 것이다.
케이스1-잘 생긴 사람이 하는 에로비안 나이트같은 야한 농담은 유머, 못 생긴 사람이 하는 야한 농담은 성희롱.
케이스2-젊은 사람이 윙크를 찡긋하는 건 호감표현, 늙은 사람이 하는 찡긋 윙크는 성희롱.
케이스3-멋있는 사람이 상대의 어깨에 손을 올릴 땐 세련된 제스추어, 영 아닌 사람이 닿을락 말락하는 것은 성희롱.
케이스4-짝사랑하던 남자가 만지는 건 애정표현, 관심도 두지 않았던 이가 몸을 기대면 성희롱.
케이스5-바로 그 이가 따라 오면 에스코트성 사랑표현, 바로 그 치는 앞서 가도 납치성 성희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