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 나이트] 3년만에 만난 성희롱범과 판사
기사입력 1996년 08월 15일 14시 10분
재량권이라는 것이 있다. 공부의 차원에서 한자로 써보면 이렇다. 栽量權.
당신의 초등학교 땐 이런 멋쟁이 교장선생님이 계시지 않았는지?
`운동회 때 공굴리기는 1학년 꼬맹이들을 시키고 과격한 기마전은 6학년 녀석들에게… 소풍간다는 날 비가 왔으니 레파토리 넘치는 아이들 얼마나 원통할꼬! 하니 오늘은 교실에서 6교시 내내 오락으로 때워도 무방할 사!' 이런 선언이 교장선생님들의 재량권에 해당한다. 재량권은 누구에게나 있다.
엿장수가 가위질을 1분에 서너회 더해도 상관없고 민방위대장이 더운 여름날 교육을 10분 빨리 끝내는 것도 무방하다. 교통단속하는 젊은 전경의 `면허증을… 아니, 삼촌! 딱지 끊는 거 봐 드릴테니까 아무에게도 말씀하시지 마세요!'도 사람 사는 곳에서 있을 수 있는 재량권 행사다. 그러나 이런 건 재량권 남용이다.
도라이 나라의 왕이 외친다.
"오늘은 내 일곱번째 마누라를 앉히는 날이다. 관공서는 물론 일반 구멍가게도 모두 문을 닫고, 세 살 아이부터 여든 노인까지 마음 껏 술과 담배를 해도 좋고, 좌회전신호에서 직진을 해도 상관없고, 이웃집 아낙네를…." 법관인 판사님의 재량권은 한 사람의 일생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얼마전 개차반만도 못한 사위를 딸을 대신해 살해한 노파에게 가벼운(?)집행 유예만 내리고 풀어 준 판사도 있었거든. 그런데 어쩔 수 없는 인간인 판사님들도 늦더위를 드셨거나 애완견이 아프거나 골프공이 잘 안맞거나… 등등의 화 나시는 일이 있을 땐 감정에 치우친 판결을 하신단다. 이 역시 재량권을 잘 못 쓰는 경우가 아닐까…?
심하지 않은 성희롱을 저지른 남자가 잡혀 와서 재판을 받는다.
성희롱 사범, 판사를 올려 보다 눈이 밝아지며 아는 체를 한다.
"판사님! 저 모르시겠습니까?"
"글쎄… 나도 당신을 많이 본 듯 해요"
그 자, 희망에 찬 목소리로 "제가 3년 전에 판사님 따님에게 골방에서 과외를 가르쳤잖습니까?"하자, 판사 역시 얼굴 표정이 확 달라지더니 "네 녀석 잘 만났다! 30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