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돈 야구보기] 기강풀어진 사자우리
기사입력 1996년 08월 12일 16시 27분
우리나라처럼 `떼거지 문화'가 성행하는 나라도 드물다.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군사정권들은 어김없이 `혁명 동지'들을 요직에 기용했다.
그리고 강요한 것이 `충성'과 `의리'였다.
이같은 `관행'은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기세가 꺾을줄 모른다.
이른바 보스정치다.
군사독재라며 매도했던 인사들도 `3김'의 그늘속에 `떼'를 이루어 안주하면서 `충성론, 의리론'을 여전히 찾고 있다. 재벌들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기업을 한손에 휘어잡고 그룹의 총수로서 무소불위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우리는 보스라고 불리는 사람들 그늘에서 살고 있다.
때문에 의리는 기본이고 상사에게 충성하는 것은 철칙처럼 되어 있다.
그런 숨막히는 분위기보다 더 기가 막히는 곳이 있다.
바로 삼성라이온즈 야구단이다.
우선 버스에서 벌어졌던 일화를 소개해보자.
A선배는 버스에서 자고 있는 후배의 잠을 깨운다.
"야 몸을 풀어야지, 아직도 자고 있으면 어떻게 해."
눈을 뜬 B후배는 "자기가 나보다 야구를 잘하나"라고 투덜대며 운동장으로 향했단다.
정면에서는 아니었지만 이른바 `하극상'을 당한 선배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야구를 못하는 자신을 질책하며 망신을 준 후배에게 앙갚음 할 마음으로 가득했을 것이 분명하다.
후배가 선배에게 큰소리치고 선배가 후배를 믿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그 조직은 구제불능의 구렁텅이로 빠져들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꽉 짜인 팀워크가 요구되는 야구팀에 `불신의 고리'들이 셀수 없을 정도로 많다면 그 조직은 `콩가루집안'이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렇게 화려한 멤버를 자랑하면서도 우승 한번 하지 못한 삼성이 올시즌 또다시 극심한 슬럼프에 허덕이는 것도 바로 불신이 팽배됐기 때문이다. 삼성선수들이 나만 잘하면 된다는 극단적인 개인주의로 흐르게 된 것은 원년인 지난 82년부터 시작됐다.
창단이후 현재의 이광진사장까지 6명의 사장이 부임했으나 3년이상 재임한 사람은 이종기사장밖에 없다.
새로 부임한 사장들은 임기가 짧으니 빨리 실적을 올리기 위해 선수단에 무리한 요구를 해왔다.
그러니 장기적인 계획이 있을 수가 없었다.
때문에 감독 영입도 삼성 특유의 색채없이 마구잡이로 영입해 `감독 실험실'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여기에다 팀은 패해도 선수에게는 돈을 주는 각가지 메리트제도를 실시해 야구 못하는 고참들의 목소리를 없애는 한편 선수들의 `헝그리 정신'을 박탈해 스스로의 경쟁력을 둔화시켰다. 삼밭처럼 얽히고 설킨 삼성에 일본에서 선배에게 얻어 맞는 등 엄격한 규율속에서 선수생활을 한 감독이 들어 섰으니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화합이 이루어질리 만무했던 것이다. 삼성의 총수인 회장이 지난달 ()위원에 피선됐다.
올림픽 운동을 하는 는 지도자의 말에 따르고 선배를 존경할 줄 아는 페어플레이가 근간이 되는 스포츠맨 십을 강조하는 곳이다. 구단과 코칭스태프가, 코칭스태프와 선수가 그리고 선후배가 갈등하는 삼성야구단이 신임 위원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