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의 마술사 포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
기사입력 1996년 08월 09일 15시 36분
며칠전 끝난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체조의 선수가 금메달을 거의 손안에
넣었다가 마지막에 착지 실수로 은메달에 머물게 되어 비통한 눈물을 흘리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그 한번을 위해 수만번을 연습했으련만 막판 어이없는 실수로 금메달을 넘겨
준다.
포커에서도 출중한 고수가 한순간의 방심으로 큰 실패를 겪는 경우가 허다하다.
탄탄한 중견기업을 경영하는 유씨는 지금은 프로급 포커에서 손을 떼었지만
명성을 떨치던 실력자였다.
일화 한가지. 필자는 게임을 하지 않고 유씨의 뒤에 있었다. 게임이 끝날 때가
되어 모두들 약간 피곤을 느낄때, 잊지 못할 판이 벌어진다.
가벼운 세븐-오디, 1:1의 상황. 모든 카드를 다 받았다.
상대의 액면은 ①이며, 4풀하우스. 유씨의 액면은 ②이며 K풀하우스였다. 상대가
베팅을 한다. 유씨는 바로 레이즈.
그러자 상대는 기다렸다는 듯 또 레이즈. 이쯤되면 누구든 ①을 4풀하우스가
아니고 4포카드나 적어도 Q풀하우스쯤으로 읽게된다.
유씨 역시 또 레이즈로 응수했다. 정상적이라면 여기서는 액면이 노출된 상대가
고민하게 되는 것이 보통.
그런데 사건이 발생한다. 상대가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또 레이즈를 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의 레이즈 상황으로 판단하면 누구든 ①을 4포카드로 볼 것이다. 그러나
처음의 서비스카드에서 유씨가 4를 1장 버렸기에 필자는 유씨의 낙승을 예상
하였다.
그런데 웬일인지 유씨는 하염없이 장고를 거듭한다. 결국 유씨는 자신이 처음에
4를 버린 것을 까맣게 잊고 상대를 포카드로 인정, 카드를 꺾는 기막힌 일이
발생한다.
세상에, 아무리 피곤해도 이런 실수가 발생하다니.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
졌다고 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었다.
